책소개
종교 및 이데올로기의 충돌, 냉전 체제, 소련 붕괴 이후의 세계 변화, 강대국의 폭력, 독재자의 지배, 개인 및 집단의 정체성 찾기 등에서 역사가 좋게 또는 나쁘게 사용된 많은 흥미로운 예들을 보여준다. 광범위한 역사적 사실과 공정한 논평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역사 사용법에 관한 핵심 매뉴얼이라 할 수 있다.
빛의 속도는 약 초속 30만 km로 불변하다. 하늘을 향해 던진 공은 중력에 의해 다시 땅으로 떨어지며 절대영도 밑으로는 온도가 내려가지 않는다. 이렇듯 자연은 과학적 법칙에 따라 움직이며 이러한 법칙들은 과거와 현재를 막론하고 동일하게 일어나고, 인간이 이를 감추거나 부정한다 해도 이를 거스를 수는 없다. 하지만 역사는 과거 인간행위의 연속이기 때문에 필연적인 법칙에 따른 결과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역사적 행위에는 반드시 하나의 정답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경구 등에서도 알 수 있듯이 때로는 누군가의 입맛에 따라 취사선택되어 의도적으로 왜곡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역사는 그저 과거에 머물러있는 그 자체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이해관계에 맞물리며 부단히 재조직되는 것이다. 과거에 일어난 일들의 결과로 현재가 이루어졌지만, 현재가 과거를 재구성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