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조선시대가 지닌 힘과 오해를 다시 이야기하다!
조선시대를 다시 살펴보는 역사교양서『조선의 힘』. 조선시대에 대한 오해, 왜곡, 무지, 부정적 시각을 반론하고 500년 왕조를 이끈 조선의 저력을 재평가한 책이다. 문치주의, 대동법, 실록, 강상 등 500년 왕조를 이끈 힘과 그 가치를 새롭게 살펴본다....
1장 문치주의의 꽃
역사는 어디에 쓰이는가? 그리고 역사 연구와 그 효용은 무엇인가? 과거의 이러저러한 사실들을 알고자 하는 욕구, 삶에 필요한 유용한 교훈을 얻고자 하는 욕구, 과거 사실을 통해 현제 사실의 기원을 찾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이 중 조선 정치제도의 특성에 관하여는 두 번째 욕구가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정치제도라 하면 단순히 재미없으며 암기 위주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사 영어교재를 만드는 팀이 교재에 정치제도를 재미가 없다는 이유로 제외시킨 사례는 이러한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과거의 정치제도는 현재, 즉 지금의 나와는 상관없다고 느낄 수 있으나 민주주의의 제도화라는 우리 사회의 과제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그리하여 저자는 조선의 국가제도 중 당시의 특성이 잘 드러내는 문치주의 제도인 언관, 경연, 사관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으레 우리는 서양과 비교하여 동양의 군주들은 전제적이라는 인식이 확고하게 박혀있다. 실제로도 과연 그럴까?
정부조직은 성격에 따라 행정형 조직과 이념형 조직으로 분류할 수 있다. 예컨대 『주례』에 제시된 군주체제는 대표적인 행정형 조직이다. 반면 이념형 조직은 대체로 그 국가 혹은 왕조의 흥망과 운명을 같이한다. 동아시아에서 한국과 중국은 유가정치이념의 지속으로 표면적으로는 이념형 조직이 행정적 조직과 마찬가지로 장기 지속적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연이나 사관제도, 언관제도가 그러하다.
조선 정치제도의 특징인 언관, 경연, 사관제도는 유가적 문치주의를 추구하는 이념형 조직이었다. 그리고 조선의 정치제도는 고려시대의 연장이면서 『주례』에 기초하고 있다. 『경국대전』을 보면 겸직제라는 흥미로운 제도가 보인다. 특히 경연을 담당한 홍문관과 역사를 다루는 춘추관원은 전원 겸직이다. 그리고 유가 정치관에서는 모든 관원은 언관이기 때문에 비록 사헌부와 사간원이라는 대간이 있었지만 관직에 있는 모든 신하들은 언관을 겸한다. 물론 그 중에서도 핵심 관원은 대간이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