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니바퀴, 라쇼몽 등의 대표작을 남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의혹은 평생을 자신이 광인이 아닐까 고민했던 작가의 어두운 내면, 그가 가까운 이들에게 받았던 배신으로 인한 인간의 이기에 대한 탐구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작품이다.
화자는 실천윤리학자로서 타 지방에 강연을 나가게 된다. 그때 갑자기 자신의 숙소에 찾아온 한 남성이 찾아와 묻지도 않고 그다지 듣고 싶지도 않은 과거를 고백하며 윤리학자로서 선생님의 고견을 여쭌다고 한다. 남성은 평범한 교사로 일하며 적당한 여성과 결혼했는데 지진으로 인해 한 순간 모든 것이 무너졌다. 정신을 차려보니 아내는 하반신이 깔린 채 속수무책이었는데 아무리 전력을 다해도 아내를 구할 수 없었다. 설상가상 불씨까지 날아오고 있어 이대로 있다간 아내가 산 채로 불에 탈 위험에 처해있었다. 남자는 아내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주변에 기와를 집어 아내의 머리를 수차례 내려 쳐 죽였다고 한다. 의혹은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