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분신(分身)』은 금단의 영역을 넘본 인간의 지나친 탐욕과 오만이 초래한 비극을 그린 장편 ‘메디컬 스릴러’다. 이공계 출신으로서 현대과학에 대한 맹신이 불러올 비인간적, 비도덕적 미래에 대해 끊임없이 경고해 온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첨단의학이 야기할지 모르는...
나는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를 좋아한다. 그는 보통 추리소설을 많이 쓰곤 하는데 그의 작품들 중 내가 지루하게 읽은 책은 단 한권도 없었다. 평소 두꺼운 책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나 이번 책은 무려 570페이지 가량의 두께임에도 불구하고 작가만 보고 서슴없이 집었다. 역시 그였다. 읽는 내내 시간이 가는 줄 몰랐고 정말 오랜만에 책에 푹 빠져서 페이지 한 장 한 장 넘기는게 아까울정도로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작가는 글을 잘 쓰는 것 뿐만 아니라 여러 방면으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이 책은 세포분열, 핵융합 등의 여러 생물용어가 나오는 메디컬 추리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의학적인 부분을 주로 다루고 있는데 작가의 전문분야가 아니어서 자칫 겉지식만 알고 있다가는 어설픈 느낌이 있을 수 있지만 내용이 정말 탄탄해서 작가의 배경지식에 놀랐고 책을 쓰기 위해 고뇌의 시간을 가졌을 그의 노력이 느껴졌다.
나는 추리소설을 좋아한다. 책을 읽고 사건이 시작되면 주인공이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보며 마치 내가 사건을 해결하는 느낌을 받고는 한다. 몰래 잠입을 해서 정보를 찾거나 다른 사람에게 질문하는 주인공을 따라가다 보면 집중도가 높아지면서 책을 읽는 속도도 올라간다. 속도가 올라가니 책 속의 장면을 상상할 때면 영화의 클라이막스를 보는 것처럼 긴장하게 되면서 머릿속에 내용이 오래 남는다. 이번에 읽은 ‘분신’이라는 책도 나의 머릿속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이야기의 시작은 마리코의 시점으로 먼저 시작한다. 이 책은 ‘마리코의 장’과 ‘후바타의 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두 개의 가지로 시작된 이야기가 후반부로 갈수록 하나의 나무로 모여 정리되는 구성이다. 첫 마리코의 장에서 마리코는 엄마와 닮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라온다. 하지만 엄마의 모성을 의심해본 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