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고전을 바탕으로 한 <소설 손자병법>, <소설 초한지> 등을 저술한 정비석 장편역사소설. 조선말 구중심처인 대궐에서 대원군(이하응)에 맞서며 30년간 대권을 누려온 여걸 명성황후(민비), 일제에 의해 무참히 살해되어 한일합방을 불러오기까지 피비린내나는 파란의 역사를 그렸다. 전2권.
○ 명성황후의 이미지
1895년 10월 8일 명성황후는 일본 낭인들에 의해 살해되었다. 이후 10년 뒤에는 일본에게 외교권을 빼앗기고 15년 뒤에는 나라를 빼앗겼으니 을미사변은 곧 한국 근대사의 비극의 전주곡이라 해도 좋겠다. ‘민비’는 명성황후를 낮추어 부르는 일본인들의 말이다. ‘이가’, ‘이조’ 를 비롯하여 오늘날에도 그러한 단어들이 사용되고 있는 것을 보면 일본이 얼마나 간사한지를 느끼게 된다. 그들이 조장해놓은 ‘민비’의 이미지는 어떠한가? 권력욕이 강하고 시아버지(대원군)와 권력싸움을 일삼다가 나라를 망하게 한 존재로 그려진다. 안타까운 것은 오늘날 우리 한국인들의 인식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나 역시 이 논문을 읽으면서 그 동안 내가 알고 있었던 명성황후의 이미지를 다시 그리게 되었다.
대원군과 명성황후의 권력다툼과 나약한 고종의 모습을 처음 제시한 것은 일본인 저널리스트 ‘기쿠치 겐조’이다. 그가 1910년 10월에 발표한 『조선최근외교사 대원군전 - 왕비의 일생』(이하 『대원군전』)에서 그 이미지가 정설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저자 기쿠치가 을미사변에 직접 가담한 인물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