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뻔한 삶의 중독자 유하가 이야기하는 뻔한 삶의 비애!한국시에 영원히 마르지 않을 생명샘의 가는 한줄기가 되어주며 옛것의 귀환이라는 사건을 때마다 일으키는 「문학과지성 시인선 R」 제2권 『무림일기』.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던 당시 독자를 충격했던 새로움을 보존하고 같은 강도의 미지의 새...
'살아가기'라는 위의 시에서 습작생인 시인은 뻥튀기 할아버지에 기대어 자신을 성찰한다. '뭐 되는 일이 없어,'로 시작하는 이 시가 유독 돋보이는 이유는, 습작생이면서도 꾸밈없기 때문이다. 습작생이 아닌 시 입문자라면 오히려 이 정도 시는 쉽게 쓸 것이다. 문제는 이런 시를 계속 쓸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자신이 시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일상을 이렇게 담백하게 쓰기는 매우 어렵다. 너무 단순화하면 메시지가 사라지고, 너무 꾸미면 상상에 의해 일상이 퇴색된다. 문예창작과에서 시 수업을 듣다 보면 이처럼 습작을 하는 자신을 반성하는 시를 써 오는 친구들이 가끔 있다. 그들은 말라 버린 상상력을 지나치게 비관하는 자아를 그리거나, 팍팍한 일상을 견디는 자아를 지나치게 포장한다. 전혀 그럴 의도가 없었다는 것을 알지만, 시는 시가 무서운 이유는 시 쓰는 이의 무의식이 반영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