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누구인가?”
강신주, 최진석, 고미숙, 슬라보예 지젝…
우리 시대 학자 7인과 함께한 감동과 성찰의 인문학!
인간에 대한 학문인 인문학의 열풍 끝에 남은 본질적인 물음, 나는 누구인...
그 물음 끝에 탄생한 『나는 누구인가』는 2013년 가을 플라톤 아카데미가 주최한 동명의...
나는 남에게 나를 표현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그래서인지 ‘나는 누구인가’라는 주제로 내 생각이 드러난 글을 써야 하고 심지어 그 글로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조금은 두렵게 다가왔다. 또 ‘이름, 학번, 학력과 같은 기초적인 정보가 아닌 다른 표현으로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막막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독교와 문화’ 강의를 들으면서 받게 된 ‘남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두려움과 막막함을 덜어낼 수 있게 해주었다.
‘남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들음과 동시에 내 머릿속에는 ‘~는 ~한 사람이다.’라는 틀로 남을 규정하고 있었다. 단 몇 초 만에 타인에 관한 평가를 내렸던 것이다. 하지만 남은 ‘나’가 네모난 상자 위에 올라선 모습이다. 그래서 상자의 높이만큼 커 보이지만 상자를 치우면 나랑 같은 사람이다.
니체가 말했다. "신은 죽었다." 워낙 유명한 격언이라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여기서 신은 종교의 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신의 존재를 믿으면서 인간이 따르게 되는 삶의 목표, 이상, 최고 가치를 의미한다. 니체는 신의 죽음을 선언함으로서 인간은 무엇에도 조종당하지 않고 자신이 살고자하는 삶을 자유롭게 살아가야한다고 말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을까? 원하는 것을 먹고 원하는 곳에서 살며, 원하는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다. 돈이 있다면 말이다. 자본주의의 시대에 살고 있기에, 우리는 돈이 필요하다.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고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공부를 한다. 좋은 대학을 나와야 연봉이 높은 직장에 취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우리는 자본주의라는 신에게 조종당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존재 자체를 스스로 문제로 삼고, 반성적 사유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다. 자신이 사는 삶에 의해 정체성이 결정되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이 되고자 한다. 때로는 스스로 흉한 꼴을 보이지만 아름다움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마구 사는 것은 인생 자체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추한 현실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삶 자체가 아름다운 것이다. 아름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아름다움을 좀 더 깊이 이해해야 한다. 명료한 의식을 가지고 살면서 서로 사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야만 제대로 된 삶을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모든 것에 공통된 아름다움을 정의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플라톤의 「향연」에서는 여러 사람들이 각자 생각하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연애를 하는 사람들이 모인 사회가 훌륭함을 강조한 ‘파이드로스’, 사랑에도 범속한 사랑과 고상한 사랑이 있음을 덧붙인 ‘파우사니아스’, 우주의 조화가 성립하는 것이 사랑의 덕택이라고 한 ‘에릭시마코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