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그래서, 도대체 네가 훔치고 싶은 게 뭐야?장편동화『내가 훔치고 싶은것』은 도난 사건을 둘러싼 미묘한 심리싸움을 통해 열세 살의 네 소녀가 친구가 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동화이다. ‘도벽’을 소재로 한 이 책은 물건을 훔치는 습관이 있는 초등학생의 심리를 잘 드러내고 있으며, 도벽을 통...
1. 들어가며
가끔씩 뉴스에서 보면 부족할 것 없이 부유한 부잣집 사모님이 백화점에서 물건을 훔쳤다는 사건을 종종 듣곤 한다. 그때마다 그 사람들의 행동이 이해하기 어려우면서도 심리가 궁금하였었다. 물건을 훔치고 나서 발각되었을 때 수치스럽고, 부끄러울 텐데 이 같은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훔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까? 궁금하던 중에 ‘내가 훔치고 싶은 것’을 선택하여 읽게 되었다. 이 책속에는 사춘기를 겪고 있는 네 명의 여자 아이들이 등장하는데 아이들 한명 한명이 모두 개성이 넘치고, 단순하지가 않다. 궁금증과 기대, 설레임으로 읽어 가던 중 나는 41페이지에서 순간 멈추고 말았다. 아! 거기에는 까마득한 예전일이라 잊고 있었던 35년 전 초등학교 6학년 때의 내 모습이 거짓말처럼 똑같이 있었기 때문이다.
2. 사춘기 소녀들
• 도대체 누가 가져갔을까
6학년 교실 안.
“모두 눈 감고 고개 숙여!” “견물생심이라는 말이 있듯이 물건을 보면 욕심이 생기는데 돈은 더하겠지. 그러니 실수로 가져간 거라면 아무도 모르게 할 테니 얼른 자수해 주길 바란다.”며 선생님도 어릴 적에 그런 실수를 한 적 있다면서 털어 놓으셨지만 소용이 없었다.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 민서의 돈 3만원이 없어졌다고 말한 것은 민서의 짝인 선주였고, 이상한 것은 마치 그만하라는 듯 자기를 대신해서 말하고 있는 선주의 옆구리를 툭치는 민서였다. “여진아, 너는 누가 가져갔을 것 같아? 범인을 잡을 수 있을까?”선주는 연신 종알거렸다. 선주와 여진이는 같은 아파트에 살아서 전부터 알고 지내다가 4학년 때 같은 반이었었고, 다시 6학년 올라와서 같은 반이 된 단짝이었다. 복도를 벗어날 때쯤 여진이는 “선주야, 우리 민서 기다렸다 가자.”고 말하자 선주의 눈이 동그래졌지만 교실 안에서 가방을 싸고 있는 민서를 보자 어색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같이 가자며 먼저 말한 것은 선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