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야기꾼 황석영이 들려주는 '19세기 이야기꾼'의 삶!『여울물 소리』는 한국 문학의 거장 황석영이 등단 50주년을 기념해 자신을 돌아보며 19세기의 이야기꾼에 대해 집필한 자전적 작품이다. 2012년 선보인 초판본의 오류를 바로잡고 1년여에 걸친 퇴고를 통해 새롭게 펴낸 것으로 근대사에서 중요한 역사적...
이야기의 시작은 화자인 나 ‘박연옥’이 남편인 ‘이신통’을 여태 기다리고 있다는 묘사부터다. 연옥은 관기의 몸에서 태어난 서녀(庶女)지만 세태에 빠른 어미 밑에서 적당히 재취 자리에 들어 안방마님으로 평안한 날을 보낸다. 하지만 시대가 하수상하여, 제대로 마을의 지도자 역할을 하지 못하는 양반 남편 때문에 봉기한 백성들이나 다름없는 산적들에게 살림을 빼앗기고, 그것을 핑계 삼아 객주를 연 어머니에게로 돌아온다. 3년간의 짧은 시집을 살고 온 연옥과 다시 정을 통하게 된 것이 바로 사랑채에 손님으로 들었었던 이야기꾼으로, 신통이라는 별명을 지닌 남자 이신이다. 이 이신통은 연옥과의 첫 만남 때부터 부평초처럼 떠있는 인상을 강하게 주더니, 두 사람이 인연을 맺은 후에도 ‘해야 할 일이 있다’며 훌쩍 떠나버린다. 일년에 한 번은 소식을 전하겠다는 약속 아닌 약속만을 붙들고 살기에는 연옥이 너무도 당찬 그릇이었기에, 이어지는 이야기는 연옥이 이신통의 자취를 더듬어 조선 팔도를 다니며 그의 과거와 현재의 행적을 짜 맞추어 가는 구조를 취하게 된다.
여울물 소리는 서얼 출신으로 태어나 벼슬에 대한 뜻은 접을 수밖에 없었던 주인공 이신통이 과거 시험을 핑계로 집을 나와 이런저런 사람을 만나고 떠돌면서 겪는 다양한 이야기들로 소설의 뼈대를 이룬다. 주인공은 전기수, 재담꾼 등의 직업을 가지면서 임오군란에도 간접적으로 참여하게 되고, 종국에는 '천지도'에 입도하면서 당시 조선의 혼란스러웠던 역사 한복판에 머물게 된다. 하지만 작가가 굳이 동학을 '천지도'라고 가공하면서 보여주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소설은 역사적으로 벌어졌던 사건의 구체적인 장면이나 의미들을 재연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