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둔 밤, 먼 여정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길을 인도해 주는 줄이 있다. 어둠에 발이 빠지고 손이 묶여 걸음걸이 하나조차 쉽지 않을 때, 줄은 사람들의 손과 발을 타면서 이제 줄이 아닌, 사람들의 운명이 된다. 수 만가지 허공에 널려있는 동아줄, 그 중에 더 좋은 줄 하나를 잡으려고 사람들은 아등바등 하지만 사람들이 쥐는 줄은 결국 자기 몫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런데 줄은 사람들의 손모가지에 비틀려 조금씩 벗겨지지만 결코 끊어지는 법이 없다. 색이 바래면 바래는 대로, 칠이 벗겨지면 벗겨지는 대로, 그저 묵묵히 사람들의 손을 탈 뿐이다. 그 질긴 생명력 때문에 어쩌면 인간은 살아가는 동안 내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건 아닐는지····.
이번에 읽은 『혼불』에서는 그러한 줄타기가 지향하는 바가 여러 가지로 나타난다. 그 것은 가문일 수도 있고 혈통일 수도 있다. 또 망자의 응어리진 한(恨)일 수도 있고, 살아있는 자의 혼(魂)일 수도 있다.
✔배경은 일제강점기 시절, 사농공상의 계급의 껍데기도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던 시기에 한가문의 삶을 보여준다. 처음엔 각 가문의 소개로 혼례를 치르는 장면이 나와 음 연애소설인가? 했다가, 일본총독에서는 창씨개명을 하라고 하고, 말도안될 정도의 양의 곡식을 수탈해가며, 전쟁에 조선인민들을 끌어들이려고 징병제를 시행하는 것을 보고는 역사의 슬픈이야기인가? 싶기도 하다가 그 당시 신부였던 ‘효원’이 겪는 한맺힐 정도로 안타까운 시집살이가 나오는 것을 보고는 그 시대 여성의 삶을 그리려고 했던 것일까라고도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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