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먼 북소리》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3년간(1986년 가을에서 1989년 가을까지) 유럽을 여행하는 동안 문학은 물론 자신의 인생에 대해 솔직하게 고백한 삶의 기록이다. 하루키는 이 여행 중에 두 편의 장편, 《상실의 시대》와 《댄스 댄스 댄스》를 발표했고 이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그는 베스트셀러 작가를 넘어...
이름을 모르기가 쉽지 않은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처음으로 읽었다. 일부러 피한 면도 있고, 아껴 둔 면이 동시에 있다. 최근에 읽은 책에서 무라카미 하루키가 언급되면서 이제는 한 번쯤 읽어볼 때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키가 언급된 책 중에 하나는 문유석의 <쾌락 독서>다. 이 책에서는 하루키에 대해 ‘소설 외에도 온갖 소소하고 시시한 일상에 대한 수필들을 많이 써내곤 하는데, 일단 펼치기만 하면 아무 생각 없이 킬킬대며 계속 읽게 된다’고 했다. 과연 정말 그럴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여행에 관해 얘기할 때 하루키의 <먼 북소리>를 언급했다.
내가 여기에 이 글을 쓰는 작성일을 적어 두었다. 나중에 지금부터 시간이 많이 흘러서 오늘 세상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검색보는 사람은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라고 불리는 바이러스가 세상에 펴졌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그래서 요즘 우리는 여행을 자유롭게 가지 못하고 있다. 꼭 여행은 아니더라도 나는 일 때문에 여기 저기를 매우(정말로 매우 자주) 자주 돌아다녔던 터라 만 1년동안 국내에만 머무르는 상황이 힘들었다.
여행을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을까? 한번 표현해 본다면 여행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이며, 하나의 문학이 일 것이다. 예술 작품보다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기도, 소설 같은 문학작품 같이 재미있는 경험과 재미있는 사람들을 만나기 때문에 말이다. 이런 여행을 떠나게 부추기는 책이 하나 있다. 먼 북소리가 바로 그것이다. 먼 북소리의 의미는 마음에서 들리는 여행을 부추기는 북소리라고 한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런 북소리를 못 듣게 된지 너무 오래 되었다고 말이다.
책은 여행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여행을 떠나다 겪게 되는 변수나 원치 않는 상황에 빠지더라도 그것을 그대로 느낀다.
책의 제목 먼 북소리는 터키의 옛 노래가사를 인용한 것이다.
‘멀리서 들려오는 북소리에 이끌려 나는 긴 여행을 떠났다.
낡은 외투를 입고 모든 것을 뒤로한 채..’ – 터키의 옛 노래. 그 노래가 바로 이것이다.
먼 북소리의 여행지는 유럽이다.
그 여행지는 로마, 카발라, 아테네, 레스보스 섬, 스펫체스, 미코노스 섬, 로도스 섬, 크레타 섬, 카르파토스 섬 등 유럽의 여러 곳이고, 책은 작가 하루키가 아내와 함께 떠난 3년 정도의 여행기를 담아낸 에세이 이다.
미코노스 섬
좌우지간 아침부터 밤 까지 쉬지 않고 바람이 불었다.
비행기는커녕 배도 운항하지 않는다.
섬으로 들어오는 배도 없고 섬 밖으로 나가는 배도 없다.
말하자면 섬 전체가 고립되는 것이다.
바람만이 거침없이 휘이익휘이익 하고 매정하게 불어댄다.
위기의 순간에 봉착하지만 하루키는 굉장이 여유롭게 상황을 받아들인다.
다리 뾰족한 수가 없어서 휘이익휘이익 차가운 바람이 몰아치는 미코노스에서 다시 사흘을 기다리기로 한다.
아무것도 할 일이 없고 또 할 기분도 나지 않는다.
호텔 방에 처박혀 그저 창 밖 풍경만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다. 어쨌든 너무 춥다.
대학교 2학년 때 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란 책을 읽었다. 지금의 나라면 유명한 책. 잘 팔리는 책은 배제하고 숨겨진 원석 같은 책을 혼자 찾아내는 재미에 빠져있기 때문에 절대 읽지 않았을 소설이다. 벌써 십년도 전인 대학 시절에는, 과하게 말하자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읽었느냐 읽지 않았느냐로 그 사람의 지성과 감성의 수준을 평가 당했을 정도로 꼭 한번 읽어야만 하는 소설 중 하나였다. 나도 같은 이유로 책을 읽었었고 한 시대를 풍미했던 유명한 책을 나도 읽어냈다는 것에 대해 쓸데없는 자만심도 가졌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내용의 거의 기억이 나질 않는 걸 보니 어지간히도 대충 읽었나보다. 허나 내용적인 부분은 차치하고서라도 단어와 문장, 그리고 인간의 감정을 정확하게 묘사해내는 작가의 필력에 놀랐었다. 지금 되짚어‘상실의 시대’라는 책을 생각하면, 그 글의 전반적인 스토리보다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의 글 쓰는 실력, 표현 능력. 이러한 것들이 더 생각이 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