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강희안은 “검푸른 바벨의 언어”(《물고기 강의실》)를 꿈꾼다. 그가 쌓아 올리려는 “바벨”탑은 세상의 “언어”에서 완전히 독립한 시 공화국의 다른 이름이다. 그는 내계의 언어를 거부하고 외계의 언어로써 자신만의 “바벨”탑을 쌓아 올리고자 노련하게 노력한다. 그의 노련함은 (환)은유, 전도,...
강희안 시인은 언어는 시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며 알파이자 오메가라고 말했고, 해설에 손남훈은 강희안에게 언어는 한편의 시를 완성하기 위한 작은 부품들이라 말했다. 또한 그 각각의 부품들은 하나 이상의 짝들과 결합하며, 그렇게 결합된 짝은 또 다른 파츠들과 결합하여 하나의 행과 연, 나아가 시를 이룬다고 하는데, 바로 그 시! 다른 시들과는 조금 차별화된 강희안 시인의 개성 토파즈들이 결합된 완전체가 여기 물고기 강의실 안에 있었다.
내가 감상문에서 주로 얘기하고 싶은 것은 바로 강희안의 개성이다. 그의 개성은 낯선듯하면서도 이질감 없이 깨끗한 강물 흐르듯 독자에게 와 닿는다. 그 예로 맛있는 라면 조리법이라는 시를 해설하면서 내 생각을 말해보겠다.
서로 다른 주어들이 악단 지휘-글쓰기-라면요리 같은 서로 다른 상황에 의한 혼합된 발화로 배치되면서 기존의 서정이 흔히 갖던 서정적 화자의 권위를 무너뜨리는데 이는 다른 상황을 동일한 위상에 올려두고 그 동일성 없는 속성들을 가쁜 쉼표로 이어 놓고 있는 데서 확인할 수 있다고 해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