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시와 함께 걸으면 그 시간을, 이 지상의 삶을 조롱과 냉소가 아닌 방식으로 사랑할 수 있는 인내와 힘이 생기고 시가 일으키는 상쾌한 바람의 길을 만난다.
시는 내 판단의 뿌리, 자비와 사랑의 뿌리, 즐거움의 뿌리, 재잘거리는 내 수다의 뿌리, 내 침묵과 미소, 슬픔의 뿌리다. 시와 함께 걸으며 견디며 지나온...
오늘의 초대, 지금 여기에서의 사랑의 말을 믿음의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 너무 늦지 않게 그렇게 서로를 부르고 보듬고 아끼며 살아도 모자라는 세월. 목련은 지고, 봄도 또 지나고 있다. 너무 늦지 않기를, 놀기도, 만남도, 약속도, 사과도, 일의 해결도. 상처나 병, 원망의 치유도, 부디 너무 늦지 않기를. 지금 여기서 나누기를.(186)
책에 수록된 시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간다」의 화자는 목련 그늘이 좋으니 꽃 지기 전에 놀러오라는 ‘그’의 다정한 초대에도 이에 너무 늦게 응해버린 나머지 이미 그가 부재한 목련 그늘 아래서 그의 빈자리를 마주하며 느끼는 심상을 그리고 있다. 여기서 ‘그’는 본 서의 저자도 추정하고 있듯 “편한 친구 사이(185)”를 포함한 화자의 지인쯤이 되겠지만 지금까지의 내게 투영시켜보면 비단 인간관계 뿐 아니라 악기 배우기, 자전거 여행, 언어를 위한 언어 공부 등을 포함하여 수많은 외연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