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악령(1872)』은 도스토옙스키의 5대 장편소설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 소설의 제목인 ‘악령’이란 「누가복음」의 구절에서 인용한 바처럼 1860년대... 『악령』은 첫 번째보다 두 번째, 두 번째보다 세 번째 읽을 때가 더 재미있다. 누구나 ‘스타브로긴 고백’의 장에 압도될 것이다. 성급한 죄, 게으른...
들어가며
1860년대 러시아에서 마치 귀신들린 돼지떼와도 같이 모험적 혁명운동과 서구사상을 기형적으로 받아들여 파괴적인 행동에 광분하다가 마침내 스스로 파멸의 구렁으로 떨어지고 마는 청년집단을 상징하고 있는 작품 ‘악령’은 1872년에 발표된 도스토옙스키의 소설로,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등과 함께 도스토예프스키의 5대 장편소설 중 하나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위 두 작품에 비행서 ‘악령’은 결이 거친 느낌을 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등장인물이 많고 그들간의 관계가 복잡하며 주인공의 행보가 오락가락하는 데다가 여기저기 얽혀 있기 때문이다.
작가 도스토옙스키는 모스크바의 한 대학생이 배신자로 의심받아 동료 혁명가의 손에 살해당했던 실제 사건인 네챠예프사건을 계기로 이 작품의 주요 줄거리를 구상했다. 당시 러시아에 만연했던 서구주의, 허무주의, 무신론 등의 다양한 사상에 대한 저자의 비판이 함축되어 있다. 도스토옙스키는 이 줄거리에 그즈음 구상하고 있던 장편연작 ‘위대한 죄인의 생애’의 인물과 특징을 집어넣었는데, 특히 이 작품의 주인공 스타브로긴의 인물성격에 그런 특징이 잘 드러난다.
등장인물
이 작품의 주인공은 스타브로긴이라는 남자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들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 가장 작가 자신과 닮았다고 평가받는 인물이다.
스타브로긴의 어머니는 바르바라라는 사교계 거물이고, 그녀의 친구 스테판이라는 남자가 있다. 그의 아들로 표트르라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이 문제적 인물이라 하겠다.
한편, 바르바라에게는 다샤라는 수양딸이 있는데, 다샤와 스타브로긴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그리고 다샤의 오빠인 샤토프가 등장한다.
내용 및 줄거리
이름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어떤 곳에 바르바라 페트로브나라는 과부가 된 귀부인이 살고 있었다. 그녀는 사교계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었다.
우선 소설의 이야기가 이루어지는 시대적인 분위기(소설내용을 토대로 필자가 파악한 추상적인 시대적인 분위기)를 짚고 넘어가면, 당시 러시아에는 어떤 새로운 사상들이 물밀 듯 밀려오는 시기였다. 어떤 새로운 사상들이란, 무신론, 이상주의, 자유주의 등의 그 본질이 애매모호하거나 허황된 공상에 가까운 사상들이였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새로운 사상을 깊은 고민 없이, 순전히 진취적이고, 진보적이고, 개혁적이라는 취지만을 앞세워 받아들이기 급급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들은 껍데기만 주체적일 뿐, 실상은 전혀 주체적이지 않으며, 또한 스스로 위선에 빠졌지만 자신의 위선을 인지하지 못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사회적인 분위기가 현재 우리사회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거라는 감상태도를 지니면서 악령을 읽어나가야 하지 않을까라는 조심스런 접근을 해본다.
스쩨빤은 경향적이고 개혁적인 공상 혹은 사상을 지니고, 자신이 시민적인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해 큰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의 행동은 공상과 달리 위선적이고 허영에 찬 자신만의 세계 속에서 습관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는 바르바라의 20년지기 친구이자, 그녀의 아들의 가정교사였다. 스쩨빤과 바르바라의 우정은 특이한 애증의 관계로 형성되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면서도 그들은 걸핏하면 싸우기 바빴다. 바르바라는 스쩨빤의 학문적인 교양과 식견, 사상 등을 존경했지만, 술과 도박을 좋아하고, 하찮은 친구들과 어울리고, 깔끔하지 못하며, 어린애 마냥 어리광을 부리는 등의 그의 성격 때문에 그를 나무라하고 보살피기에 여념이 없었다. 반면 스쩨빤은 자신을 독재적인 통제에 대해 싫증을 느끼면서도, 그녀를 자신의 유모와 같이 생각하고 있었고, 재정적으로도 거의 모든 생활비를 그녀에게서 받고 있었다.
바르바라는 현의 대지주로서 사교계에서도 높은 위치에 있었고, 현의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음과 동시에 시기, 질투를 받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