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제10권에서는 희곡만이 담아낼 수 있는 극문학의 세계를 보여준 최인훈의 희곡집『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를 만날 수 있다. <한스와 그레텔>을 제외한 나머지 여섯 편은 우리 민족의 심상이 투영된 신화나 설화 속에서 보편적인 모티프를 찾아 재창조한 희곡들이다. 특히 상징적으로 함축된 대사와...
이 작품을 읽으며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말 더듬는 남편을 주연으로 채택했다는 것이었다. 장애를 가진 사람을 이토록 자연스레 주연으로 내세운 작품이 얼마나 되었던가. 장애우를 따스한 눈으로 보자는 허울뿐인 주제를 내세우지 않은 작품은 그 중 또 얼마나 되었던가. 그저 일상을 살아가는, 말이 조금 느린 한 인간을 자연스레 극에 녹여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는 아기장수 신화를 차용해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는데, 그 전반적인 내용이 본래의 아기장수 설화와 비슷해 보이면서도 조금씩 다르다는 점이 원 설화를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또 하나의 즐거움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극 내에서 그림자극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 또한 인상 깊었는데, 영아 살해라는 예민한 주제를 다루기에 가장 적합한 방법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