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질주하는 테크놀로지 문명을 성찰하다! 테크놀로지 문명에 대한 흥미진진한 지적 여행『욕망하는 테크놀로지』. 한국을 대표하는 과학기술자들이 '기술'에 대해 성찰한다. 시계, 자전거, 휴대전화, 인터넷, 휴머노이드와 사이보그까지 그 역사와 사회문화적 의미를 다루고 있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이번에 과학사 수업에서 배운 내용과 과학자들이 이 책의 사례로 자주 등장했다. 과학 수업 시간에는 과학과 기술의 관계에 주목하여 공통점과 차이점을 알아보았다. 기술을 주제로 다룬 이 책에서도 과학이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보니 ‘과학에서는 기술을, 기술에서는 과학을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이구나.’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이 책은 짤막한 글 여러개가 모여서 구성되어 있었다. 과학사 과목에서 전류전쟁을 주제로 발표를 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전류전쟁을 사례로 기술시스템론을 설명한 글에 더욱 관심이 갔다. 기술시스템론은 시스템 내부의 구성 요소의 특성이 변화하면 시스템 내 부의 다른 요소들도 바뀌며, 사회적 요소도 같은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1. 진화인가 진보인가 – 장대익
‘진화’는 이제 단지 생물학적 의미만으로 쓰이는 단어는 아니다. 생물학적 의미를 넘어선 ‘진화’는 ‘별의 진화’, ‘자동차의 진화’, 심지어 ‘머리모양의 진화’를 말하기도 하는 것처럼 어떠한 대상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진화’는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처음으로 제시한 용어로 자연 선택에 의해 생물이 변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기술 진화론’이라고 하면 앞서 말한 진화를 주요 용어와 개념들을 비유적으로 사용하여 기술 영역에 적용한 것이다. 하지만 생물학적 진화와 기술의 진화는 몇 가지 차이를 가진다. 생물 영역에서는 변이가 무작위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기술 영역에서는 의도적으로 설계된다는 점, 생물계에서는 자연선택이 일어나지만 인공계에서는 인위선택이 일어난다는 점, 생명의 역사를 진보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기술은 점점 더 진보한다는 점이 그러하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다. 생물학적 돌연변이가 무작위로 발생하는 것과 반대로 기술의 발명은 필요에 의해서 생겨난다는 뜻이다. 이를 토대로 기술 진화론에 호의적이지 않은 사람들은 기술의 출현과 생명의 변이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기술사학자인 바살라는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말은 통념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그 예로 19세기 중엽 영국의 한 도시에서 500종의 망치가 있었고 미국에서는 불꽃장치가 1000개나 존재했다는 점을 든다. 이런 예들을 토대로 인간의 기술은 ‘필요의 산물’이 아닌 ‘잉여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이스라엘의 진화생물학자 자하비는 이러한 ‘잉여의 산물’들을 ‘핸디캡 이론’으로 설명했다. ‘핸디캡 이론’에 따르면 진화는 공작의 꼬리처럼 생존에는 불필요하거나 심지어 방해가 되는 방향인 핸디캡을 가지는 방향으로 일어나기도 한다. 이는 번식의 관점에서 본다면 자신이 핸디캡을 극복하고 생존할 만큼, 값비싼 신호를 만들어도 지장이 없을 만큼 대단한 존재라는 것을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기술 영역에 적용한다면, 필요를 넘어서는 무거운 성능 같은 것이 그 예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