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옛 한글 편지를 통해 조선시대 부부들이 누란 삶의 희로애락에는 사랑과 미움이 서로 교차하는가 하면, 배려와 보살핌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이 겹쳐져있다. 우리는 인간 사회를 형성하는 기초 단위로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나라와 사회집단에서 귀히 여겨온 보배로운 존재인 부부간의 생활 속 이야기를...
한글이 반포된 후 채 22여년이 지나지 않은 날, 한글편지를 통해 사랑을 전한 조선시대의 금슬 좋은 잉꼬 부부가 있다. 바로 군관 나신걸과 그의 아내 신창맹씨이다. 1490년도 대전 회덕, 신창맹씨의 목관에서 발견된 이 편지는 과거에 군관 나신걸이 함경도 종성으로 전근을 떠나게 되면서 아내에게 보낸 현존하는 최초의 한글 편지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나신걸의 편지를 통해 조선시대 당시 이들의 소통과 부부관계를 엿볼 수 있다.
먼저 이 편지를 찬찬히 살펴보자면 이런 내용이 있다. “분과 바늘 여섯을 사서 보내네. 집에도 다녀가지 못하니 이런 민망한 일이 어디에 있을까. 울고 가네. (중략)” 이때 군관 나신걸이 아내에게 보낸 분과 바늘은 지금은 어디에서든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이지만, 조선시대 당시엔 중국의 수입품으로서 매우 귀한 것이었다고 한다. 당시 하급 군관에 불과하던 나신걸을 미루어보아, 그는 사랑하는 아내의 선물을 위해 받은 봉급을 거의 다 썼을 것으로 예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