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오늘의 내게 당도하는 말들, 과거에 있었던 기억의 한 풍경들단 한 권의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와 단 한 권의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시인 박준이 2012년 첫 시집 이후 6년 만에 펴낸 두 번째 시집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희망을 가질 때 삶은 숨을 쉰다. 그 희망의 빛깔은 사람의 수만큼 다채로울 것이다. 어쩌면 태양은 희망의 샘인지도 모른다. 아무리 삶이 흙탕물일지라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 때 언젠가 꽃은 필 것이다. 이전에도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흘러갈 것이다.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서로 기대기도 하고 부대끼기도 하면서 말이다. 이 시 제목처럼 함께 우기를 지내기도 하고 여름의 끝에서 포도송이를 나눠 먹으면서 웃고 울고 한 세상을 살다갈 것이다. 함께 따듯한 마음을 지닌 시인의 시집을 읽어보기도 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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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시인의 삶을 압축과 비유를 통해 미학적으로 써내려간 문학장르다. 비록 그의 시를 읽으면서 너무 멀거나 너무 두꺼워서 그의 이야기를 다 알아 들을 수 없는 아쉬움은 있었으나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 여긴다. 발문을 쓴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도움은 얄팍한 시적 이해에 위안이 되었다. 여하튼 그의 시는 온화했고 서정적인 멋이 있었다. 그의 내재율은 잊지 못할 것이다. 다음 시집도 기대된다.
박준 시인은 시가 되기 힘든 걸 시로 믿고 시로 쓰는 섬세한 사람인 것 같다. 박준은 연(聯)과 연(聯)을 쌓아가며 독자가 시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어떤 지점을 만드는 게 아니라, 그냥 행(行)과 연(聯)에 쓰인 문장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자연스럽게 시로 다가오게끔 만들 줄 아는 시인이다. 일상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그의 시 덕분에 마음이 가지런히 정돈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박준의 이번 두 번째 시집은 첫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와 다르기도 하고 비슷하기도 한 느낌이 들어 좋았다. 어렵지 않은 그의 시 속에 일상의 유머, 일상의 언어가 담겨있다. 그의 따뜻한 정서가 여전히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도 반갑다.
평론가 신형철의 탁월한 발문도 그의 시 세계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사실 그의 시 세계를 머리로 이해할 필요는 전혀 없지만, 발문은 시인의 시를 읽으며 마음 속에 스쳐 지나간 것들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려주는 느낌으로 친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