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대리사회』 작가의 신작
학교, 회사, 아파트에서 시대의 욕망을 마주하다
『대리사회』가 우리 사회의 몸의 기록이었다면
『훈의 시대』는 그 언어의 기록이다!
1990년대 이전에 학창시절을 보냈던 세대라면 애국조회를 선명하게 기억할 것이다. 매주...
유치원생이었을 때, 선생님이 우리 집 가훈이 무엇인지 알아오는 숙제를 내주셨다. 그때 가훈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봤다. 아빠에게 처음 들었던 우리 집 가훈은 “하면 된다.”였다. 비록 이 가훈은 아빠가 3초 만에 지은 가훈이었다. 그때 그 가훈을 듣고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유치원생 때였지만 무엇인가 낯설 지만 가훈이 내 몸속에 각인된 기분을 느꼈었다. 중학교 고등학교 때도 각 반마다 교훈을 정하곤 했다. 각자 반마다 특성 있는 교훈을 정했는데, 제일 기억에 남는 교훈은 고 3때 “하고 자자”였다. 정말 고3의 교실다운 교훈이었다. 교훈은 칠판위쪽에 눈에 잘 띄는 곳에 걸어두었는데 , 실제로 야간자율학습시간에 잠이 쏟아지게 올 때마다 저 교훈을 보면서 “이 페이지까지만 하고 자자 “ 라고 생각하면서 겨우겨우 잠을 이겨내기도 했다. 정말 훈이라는 것이 내 몸을 지배하는 것일까? 사회적으로 우리는 알게 모르게 강요받는 말들이 있다.
<나는 지방대 시간 강사다>와 <대리 사회>로 널리 알려진 김민섭 작가의 <훈의 시대>를 읽었습니다. 한 시대와 사회를 규정하고 있는 언어를 ‘훈(訓)’이라 명명하고, 학교, 아파트 단지, 회사, 개인의 훈들을 두루 고찰한 결과물을 담고 있습니다.
저자는 우리나라 공립고등학교의 교훈, 교가를 분석하고, 많은 학교들이 생명이 다한 줄 알았던 언어들을 통해 개인을 규정하고 있음을 밝혀냅니다. 예를 들면, 수 많은 여고들이 교훈과 교가에 순결, 정숙, 착한 딸, 어진 어미니 등의 용어를 훈의 노래로 명시하고 있었습니다. 저자는 ‘순결함은 우리의 자랑’, ‘어여쁜 겨레의 딸’, ‘겨레의 참된 어머니’ 등의 노래를 보면서, ‘과연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하는데요.
이런 교훈, 교가를 바꾸려고 했던 모 학교의 시도가 왜 실패했는지에 대한 에피소드나, 남자고등학교는 성별을 표기하지 않으면서, 왜 여고에만 굳이 여성의 성별을 표기하는지에 대한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