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인간은 왜 시를 읽고, 쓰고, 저항하는가!『시의 힘』은 ‘재일조선인 디아스포라 사상가’ 서경식의 첫 문학 에세이이자 비평집으로, 근래에 강연한 내용 중 넓은 의미에서 ‘문학’과 관련된 것들을 뽑아 엮은 것이다. 대부분 한국의 대학이나 학회 등에서 했던 강연 원고에 가필한 것이나, 《루쉰과...
I. 들어가는 글
뤼순, 나카노 시게하루, 서경식, 데리다, 에드워드 사이드 등의 지식인들의 특징은 무엇일까? 그들의 공통점은 날이 선 지식인으로서 좌편향과 우편향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경계인으로서 그들 사회를 바라본다. 그들은 주류의 쇄뇌와 대중의 무디어진 의식을 경계한다.
근대국가의 탄생이후 국가권력이라는 이름하에 저질러졌던 수많은 사건들은 권력이라기보다는 폭력에 가깝다. 그렇기에 날이 선 지식인들은 그 폭력이 정체가 무엇이며 일반 대중들에게 어떻게 작용하고 폐해가 무엇인지 분석하고 자신들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 지식인들 중에서 서경식의 경우에는 문학가로서 일반 대중에게 “시가 가지는 힘”을 설명하면서 자신을 반성하고 사고의 편리함으로 ‘우리와 그들’을 나누는 우를 범하기 보다는 시민들의 문제의식을 확대 발전시켜 인류가 가지는 세계적인 보편성에서 찾아 함께 나눌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II. 날카로운 인식으로서의 주변성
서경식은 『오리엔탈리즘』의 저자 에드워드 사이드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팔레스타인 아랍출신, 프로테스탄트 기독교, 게다가 아버지대부터 미합중국 국적 보유자인 사이드는 예루살렘, 베이루트, 카이로를 잇는 지역을 왕래하면서 성장하였고, 후반생을 미국에서 보냈다. (서경식 53)
비슷한 맥락에서 앤드류 세퍼드라는 저자는 『타자의 선물』(The gift of the other)라는 책에서 데리다를 다음과 같이 논평한다.
지오바나 보라도리는 데리다의 인생과 작품은 유대교와 기독교, 유대교와 이슬람교, 유럽과 아프리카, 본토 프랑스와 식민지, 바다와 사막과 같이 다양한 영역의 경계에서 존재하고 있었음에 주목한다. (세퍼드 47)
이들 사상가와 서경식의 접합점은 무엇인가 생각해보면 모두 사회의 주변인으로서 날카로운 문제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정말 어마어마한 책을 읽었습니다. '시를 잊은 그대에게' 류의 대중 강의서(?)인 줄 알았거든요. 그냥 작가회의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다기에 샀는데, 한 방 맞은 기분이네요. 이 책은 언제나 증언하는 목격자로 살리라 마음먹은 한 재일조선인의 처절한 기록이었습니다.
지은이 서경식은 일제시대 생존을 위해 일본으로 건너온 재일조선인 가족으로서, 일본에서 온갖 차별을 경험하며 자랍니다. 열다섯 살에 그토록 그리던 '조국'에 왔지만, 군사독재의 공포가 서린 '조국'은 그저 가난하고 어쩐지 낮선 곳이었죠. 1971년 두 형님들이 한국 유학 중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자, 관념으로서의 모국과 현실에서의 모국에 대한 저자의 이질감은 더욱 커지게 됩니다.
이 책의 부제는 '절망의 시대, 시는 어떻게 인간을 구원하는가'입니다. 경계에 던져진 저자는 끝 없이 자신을 타자화하며, 문학에서 희망을 발견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