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송대의 유학자 주희의 <인설>을 다시 읽어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 책은 동아시아 전통 세계를 주도했던 유가의 핵심사상인 '인'을 형이상학적으로 정초한 심성론의 요체이다. 이 책은 마음을 재발견하기 위한 단서를 제공하며 진정한 인간 본성이 무엇인지를 궁리함으로써 인간성 위기의 시대를 극복할...
수많은 도서목록 중에 주희의 인설을 읽게 된 계기를 말하자면, 일단 책 제목이 짧고 굵은 울림을 주었기 때문이다. <인설>은 인 개념에 대한 혼란을 바로잡고, 사랑으로서 인의 개념은 하늘과 땅이 만물을 낳은 마음에 바탕을 두고 있고, 본체와 작용, 근본과 말단이 둘이 아니라는 것을 밝히기 위해 쓰여졌다. 책의 구성은 독자가 읽기 쉽게 여러 개의 에피소드 형식으로 되어있다. 제2장를 비롯한 많은 장들이 주희가 스승에게 자신이 깨달은 바에 대해 논하고, 모르는 것은 질문 하고, 자신의 생각에 대해 성찰하며 본인의 의견을 수정 및 보완한다. 특히 주희는 ‘어리석은 저’, ‘천박하고 비루한 저’ 등 자신을 낮추는 표현을 통해 상대를 되레 높인다. 그러나 무작정 상대의 의견에만 추종하 지 않고 본인이 생각하기에 옳고 그른 것에 대해서는 다시한번 살펴봐 달라고 권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주희의 겸허한 태도를 고스란히 느끼게 되었다.
주희가 <인설>을 지은 이유는 다음과 같은 까닭에 있다. 당시 학자들은 인이라는 주제에 대해 분분하게 저술을 하여 논자들 간에 어떠한 합의점도 찾을 수 없었다. 따라서 주희는 ‘인’ 이라고 하는 글자의 내포적 의미를 분명히 밝히기 위해 <인설>을 지었다. 또한 주희는 인을 사랑이라고 해석하는 입장이 “천지의 마음은 만물을 생성하는 것이다.”라는 관념에 토대를 두고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학자들이 허무와 정적의 과오에 빠지는 것을 예방하고자 했다. <인설>의 핵심용어 두 가지를 말하자면 첫째는 ‘마음의 덕’이고, 둘째는 ‘사랑의 이치’이다. 주희가 말하길, “인은 마음의 덕이다. 정자가 마음은 곡식의 씨앗에 유비될 수 있고, 인은 곡식이 타고난(生) 본성이라고 말한 것이 바로 이 뜻이다.” 그래서 <인설>의 시작에서 “하늘과 땅의 마음은 만물을 생성하는 것이며, 또한 사람과 사물이 생성됨에 있어 각각 저 하늘과 땅의 마음을 얻어 (사람과 사물의) 마음으로 한다” 라고 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인설>의 초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