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역사에 대해 생각하기》는 이러한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지난 수십 년 동안 역사학에 제기된 질문과 논쟁에 따라 과거라는 개념이 얼마나 역동적으로 변화해 왔는지를 보여준다. 이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역사학의 주요 변곡점을 파악할 수 있는 여섯 가지 질문들을 축으로 삼아 역사학의 주요 흐름과...
1장 누구의 역사인가?
∥위로부터의 역사: ‘위대한 남성’과 소수의 여성∥
역사를 움직이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최근까지 ‘역사의 창조자들’은 주변 세상 사건들의 진행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권력을 가진 남성들이었다. 통치차들, 군대 지휘관들, 지난 사회의 지도자들은 동시대의 수천 혹은 수백만 사람들의 경험을 형성하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더 중요했다. 오늘날에도 ‘위대한 남성’들의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을 전기 장르의 인기를 통해 알 수 있다. 역사전기는 광범위한 독자층을 갖기 때문만이 아니라 몇몇 인물들의 행동과 인격이 동시대인들에게 확실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인기를 끈다. 공적인 삶과 사적인 삶의 경계가 불분명한 정치체제의 강력한 지도자의 경우에는 특히 그러하다.
세계 대부분의 문화에서 가장 먼저 등장한 역사는 정치와 군사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한 것이다. 서구에서 고전시대부터 비교적 최근의 과거까지 역사가들이 가장 중시했던 인물은 국가 지도자였다. ‘위대한 남성’의 이야기에는 한 개인의 행동이 시대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 종종 함축되어 있다. 또한 그들이 없었다면 사건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었을 것이라는 추론도 함축되어 있다.
“누구의 역사인가?”라는 질문은 인간의 활동영역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숙고하는 것이다. 오랜 시간동안 중요한 역사는 정치에 관한 것이며, ‘정치’는 공적 권력의 행사로서 혹은 그것에 관한 투쟁으로서 규정되었다. 반세기 전만 하더라도 대다수의 전문 역사가들은 지도자, 정치 엘리트, 국가가 실시한 정책의 역사가 가장 중요한 역사라고 믿었다. 여기에는 국가와 정부가 인간 행동의 가장 중요한 영역이며 정치 지도자가 역사의 변화를 추동한다는 가정이 내재해 있다.
∥사회사와 계량화∥
사회사는 과거의 다양한 시점, 즉 19세기부터 가장 분명하게 출현했다. 영국의 선구적 역사가들은 1960년대 훨씬 이전에 ‘사회사’를 썼다. 즉 토머스 매콜리의 《제임스 2세 즉위 이후의 영국사》(1848)나 트리벨리언의 《영국사회사》(1942)이다. 매콜리와 트리벨리언이 제시한 사회사의 유형은 다른 국가에서도 출현했지만 분명 정치사에 종속되어 있었고 보조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