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일상성의 발명가 알랭 드 보통, 그가 전하는 히드로 공항 이야기!알랭 드 보통의 위트와 통찰력이 돋보이는 에세이『공항에서 일주일을: 히드로 다이어리』. 히드로 공항 터미널 5의 소유주로부터 초청을 받은 알랭 드 보통은 일주일간 공항에 머물면서 전 세계에서 온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는...
1. 접근
나는 공항에서 노숙을 많이 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대학시절에 돈은 없고 시간은 많았기 때문에 싸고, 새벽에 출발하며, 여러 번 환승을 해야 하는 비행기 표를 구해야 했기 때문이다. 긴 환승 때문에 새벽, 공항 한쪽에서 노숙했다. 야간 비행을 출발하는 비행기들을 보면서 잠들었던 기억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사실 정확하게 말해서 내가 원하던 경험이었다. 목적지에 가기 전 공항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일종의 설렘을 즐겼기 때문이다. 당시 내 옆에서 출장서류를 정리하던 사업가는 나보다 더 편안하게 여행을 할 테지만 내가 느끼던 설렘을 전혀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비록 사회생활을 하지 않았을 때였으나 내 인생에서 이렇게 공항에서의 느긋함을 즐길 수 있는 때는 지금뿐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공항에서의 시간을 지루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여행은 목적지가 아닌 과정이라고 그때 여행수첩에 기록 해놓았다.
한 작가의 책을 몇 권정도 읽어야 팬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가 쓴 책 모두? 2~3권 이상? 일부러 찾아 읽은 것은 아니나 나도 모르는 새 몇 권(불안,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여행의 기술, 철학의 위한)을 읽게 되었다. 그 정도로 알랭 드 보통(이하 보통)은 요즘 대세이다. 더욱 놀라운 점이라고 한다면 보통의 책을 읽은 사람들에게 그의 책이 “재미있는가?”라고 물어본다면 아마도 “그렇지는 않다.”라고 대답할 거라 생각한다. 즉 일반적으로 말하는 ‘재미’라는 요소를 이 사람의 책에선 쉽게 느끼기 힘들다. 물론 보통의 책을 한 권을 초과해서 읽은 (나를 포함한)사람들에게 묻는다면 일반적인 의미의 ‘재미’와는 다른 ‘어떤 것’이 있다고 답할 것이다.
<중 략>
운문과 산문의 경계를 어떤 기준으로 나누는지 문학적, 학문적 소양이 짧아 잘은 모르겠다. 하지만 보통의 글이 운문이냐? 산문이냐? 고 묻는다면 일말의 고민 없이 산문이라고 답할 수 있다. 하지만 그저 산문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뭔가 알 수 없는 그 이상의 것이 있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분명 철학책을 읽고 있는데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있다. ‘공항에서 일주일을’은 많은 부분을 공항의 일부분들인 공간에 대한 서술로 채워져 있다. 해질녘 노을, 풀잎에 이슬, 한여름의 뭉게구름 굳이 작가가 아니더라도 앞의 것들을 기술한다면 누구나 감상에 젖고, 글에서 사람냄새가 풍겨져 나올 수밖에 없다.
<중 략>
앞서 말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부분일 수도 있겠다. 문체는 딱딱하지만 읽다보면 따뜻해진다는 것이 결국엔 사람에 대한 애정 때문일 테니 말이다. 비슷한 내용을 반복하는 것일 수도 있으나 일단 조금은 살펴보도록 하겠다. 그의 책 (지위) 불안은 정말 그간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힘든 부류였다. ‘사람은 왜 높은 지위를 갈망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원인, 해결책 등을 철학, 심리학, 경제학, 역사학 등을 총 망라하여 서술한 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