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당신이 실패해야 내가 성공할 수 있다 경쟁의 신화에 도전한다『경쟁에 반대한다』는 협력과 경쟁을 비교한 연구 결과들을 제시하며 과연 어느 것이 더 생산적이며, 목표를 달성하는 데 더 효율적인가를 밝히는 교육인문서이다. 경쟁은 자존심에 타격을 입힌다. 우리는 모두 스스로가 가치 있다는 사실...
우리는 언제나 경쟁에 노출되어 있다. 내가 직접 경쟁에 개입하거나, 또는 다른 사람들의 경쟁을 관람하기도 한다. 경쟁은 프로 야구와 프로 축구 등 그러한 경쟁을 펼치는 것에 대해 보수를 지급받는 “프로페셔널” 스포츠 선수들에 의해 이루어지기도 하고, 유치원 운동회에 참가하는 어린아이들 사이에 이루어지기도 하고, 그 자리가 한정되어 있는 콘서트 티켓을 구매하기 위해 새벽부터 컴퓨터 앞에 앉아 티켓 구매 시간을 기다리는 팬들 사이에서 이루어지기도 한다. 부지불식간에 많은 경쟁이 진행되고 있으며, 여기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경쟁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으로 간주되며, “신자유주의”와 “보이지 않는 손”이 이끄는 시장 경제가 단지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 등 인간 삶의 제반 분야를 관장하는 오늘날에 있어서는 더더욱 그렇다.
대학에 올라와 가장 놀랐던 건 내가 원하는 교양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예전부터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해 어려움이 많았기에, 대학 래포트를 쓰기 전 컴퓨터 실력을 향상시키자! 라는 생각으로 컴퓨터를 교양으로 선택했다. 하지만 하루하루 수업을 받을수록 이 과목은 배움을 목적으로 수강한 나와는 달리, 자신이 잘하는 컴퓨터를 통해 성적을 올리려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나는 뒤쳐지지 않기 위해 열심히 수업을 들었고, 시험 전날 교과서, 실전연습, 심지어 족보까지 찾아가며 공부했다. 하지만 내 노력과는 다르게 나의 성적은 D과 나왔고 그 당시 자존심이 많이 상했었다. 그래서 나는 그 다음 학기부터는 내가 관심이 있는 과목을 포기하고, 성적을 잘 받을 수 있는 과목을 수강했다. 왜냐하면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학점이라는 구조화된 경쟁에 나는 이미 포함되어 있었고, 그 경쟁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적, 사회적, 문화적 특성들을 여러 각도에서 살펴보았을 때, 아마도 ‘경쟁’이라는 것이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고, 널리 받아들여지는 하나의 ‘가치’일 것이다. 이러한 것을 잘 반영하고 있는 구호 중의 하나가 ‘무한 경쟁 시대’이다. 이제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가치있게 여겨지는 것들의 희소성에 의해서 항상 경쟁이 이루어지고, 경쟁을 회피하거나 경쟁에서 패배하게 되면 생존할 수 없는 구조가 되어 버렸다. 그렇기 때문에 경쟁은 불가피한 것이 되었고, 항상 가치있는 것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물론 지나치고 극단적인 경쟁은 많은 사람들이 비난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적절’하고 ‘적당’한 경쟁은 이 시대의 미덕이다. 우리는 이런 시대적, 사회적 배경에서 살고 있다. 나 역시도 지금의 상황에 맞추어 극단적인 경쟁은 지양해야 할 것이지만, ‘적당한’ 정도의 경쟁은 우리 사회를 발전시키고 마땅히 추구되어야할 가치로서 의미를 부여하며 현재 우리 사회에 적응하였다고 스스로 생각하였다.
저자인 알피 콘(Alfie Kohn)은 미국의 교육 심리학자이고, 그의 교육 철학을 바탕으로 쓴 이 책 <경쟁에 반대한다>는 1986년에 출판되었는데, 경쟁 교육을 강조하는 미국 교육 제도를 비판하는 책이다. 성적과 시험점수 중심의 객관적 지표를 기준으로 경쟁과 보상으로써 교육을 통제하는 미국의 기성 교육 제도를 비판한다. 그에 반하여 그는 인간행동에 초점에 맞춘 교육 및 양육을 연구하고, 경쟁의 대안으로써 교육에 협력을 강조한다.
경쟁을 통해 더 나은 결과가 나오길 바라는 기대에서 출발한 무한경쟁체제는 사회 곳곳에 뿌리내려져 있다. 경쟁은 그 자체가 이전의 결과보다 혹은 다른 사람의 결과보다 더 나은 성과가 없으면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컨셉에서 출발한다. 경쟁에서의 승리는 발전을 의미하고 이는 곧 긍정적인 이미지를 상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