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통역일을 하며 얻은 지식과 유머를 저자 요네하라 마리가 모아서 담은 책이다. 속담 한 구절에는 그 민족이 오랫동안 품어온 생활과 문화, 사고와 생활방식 등이 복합적으로 깃들여있다. 여러 국가의 다양한 속담들이 저자의 뛰어난 글 솜씨와 만나 비교문화론과 국제평론으로 변하기도 하고, 일본사회에 미국의 불도저 외교에 일침을 가한다. 미래사회에 대한 충직한 충고도 있다. 민족이 다르지만 인간은 어떻게 똑같을까, 이렇게도 다를까 하는 양가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책이다.
"속담 인류학"이라는 책은 다른 문화와 나라의 비슷한 의미의 속담을 탐구하는 책이다. 익숙한 속담들도 있고 생소한 속담들도 있지만, 각 나라마다 비슷한 의미의 속담들을 보면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고 일본의 정부와 정책 그리고 사회에 관한 비판도 많다.
‘먼저 일어난 새가 벌레를 잡는다.’라는 속담이 귀에 익숙하다면 다른 나라의 속담의 변주들을 살펴보자.
- 맨 먼저 배에 오른 사람이 노도 고른다(뉴질랜드)
- 빨리 온 사람이 귀여움 받는다(잉글랜드)
- 맨 처음 온 늑대가 제일 살찐 닭을 차지한다(러시아).
비슷한 유형이지만 나라마다 민족마다 조금씩 다른 비유가 신선하다. 그렇다고 이 책을 속담 사전이라 오해 말라. 속담이라는 오래된 그릇을 꺼냈지만 그 안에는 생생한 국가들의 현실을 담아내고 있다. 마치 세상에는 속담으로 비유되지 않는 어떤 상황도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듯, 서른 편의 이야기에 적확한 속담의 향연이 펼쳐진다.
글머리마다 살짝 야한 유머로 흥미를 유도하지만, 저자가 슬슬 꺼내보이는 미국과 일본에 대한 비난은 신랄하고 날카롭다. 가령 이런 식이다. ‘바보와 가위는 쓰기 나름’은 무용한 사람이나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을 권하는 속담이다. 저자는 이를 빗대 ‘생각 없는 부잣집 도련님’ 부시가 막무가내로 이라크를 공격하기엔 안성맞춤이었다고 비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