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첫사랑, 가닿지 못한 모든 사랑들에게 바치는 헌사사랑하는 일, 살아가는 일의 의미에 대해 되묻게 하는『먼 바다』.첫사랑이라는 소재를 통해 삶에 있어 시간과 기억의 의미를 탐구하며 사랑의 힘을 되짚는『먼 바다』는 육체에 각인된 기억을 완전히 잊는 데 필요하다는 40년의 세월이 흘러 비로소 과거의...
뉴욕에 가보고 싶다.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그곳에 가면 여러 가지 재밌는 것들을 볼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생긴다. 운명의 상대니 영감을 받는 구조물이니 하는 등의 추상적인 재료들을 한데 모아서 발견할 것 같은 유토피아적 생각이 든다. 하지만 돈이 너무 많이 든다. 이 책에서는 그런 부분들을 해결해 줄만한 재료들이 많아서 좋았던 것 같다. 짐노페디란 피아노곡은 광고에서 많이 접해본 음악이었는데 음악의 이름을 알게된건 이 책을 읽고 나서 처음이었다. 음악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해던 것은 아마도 하루키의 문학을 접하고 나서였던 것 같다. 기사단장 죽이기에서 나오는 장미의 기사란 오페라 곡을 들어봤었는데 잠이 너무 와서 듣다가 포기했다. 하지만 이 짐페노디는 마음이 편안해지고 책 읽을 때 들으면 참 좋아보였다. 역시 이 곡도 잠이 솔솔 오는건 매한가지지만 듣기 편한 것이 장점인 것 같다.
부제를 다시 느껴보면 표현이 참 아름답다. "가닿지 못한 사랑"이라니, 갑자기 내 사랑도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할만큼 내가 소중히 다뤄왔던가 싶기도 하면서, "가닿다"라는 표현이 처음 들어 보는 표현 같아 좋았다. "그의 손길이 와닿았다"라는 "와닿다"라는 표현은 많이 보고 써온것 같은데, "가닿다"라는 표현은 모를 만큼 궁색했던 이유가 무엇일까. 사랑을 많이 받아왔기 때문일까. 더 많은 사랑을 주고, 내 사랑에 더 많은 고뇌를 했었어야 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잠시 밀려왔다. 이 책은 독어 교수가 해외로 가게 되어 40년 전의 첫사랑 남자와 연락이 닿아 만나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내용을 품고 있다. 40년이라니, 현재 00살인 나에게도 아득한 햇수인데, 그만큼이 지나고도 그 느낌, 그때의 아련함을 품고 재회하는 기분을 어떤 기분일까. 이 책에는 군데군데에 시들이 많아 더욱 느낌을 풍요롭게 해주었다. "제 마른 가지 끝은 가늘어질 대로 가늘어졌습니다. 더는 쪼개질 수 없도록. 제게 입김을 불어넣지 마십시오. 당신 옷깃만 스쳐도 저는 피어날까 두렵습니다." 문득 이 글을 읽다가 나의 사랑에게도 이 글을 전하고 싶어져 메신저를 할까 하다가 이내 "오글거린다"라는 평이 무서워 백스페이스를 누른다. 나는 "오글거린다"라는 말이 싫다. 사람들끼리 주고 받을 수 있는 깊은 감정의 말을 억누르고 깎아내리는 말이기 때문이다.
결국 신학생이다가 사업가가 되어 현실과 타협한 첫사랑 남자 요셉, 그리고 독문학 교수인 여자 주인공. 먼 길을 되돌아, 먼 바다를 되돌아 서로 그때를 이야기하며 40년만에 다시 서로를 느끼게 된다.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두 사람이 모두 가장 강렬하게 기억되었어야만 하는, 자신이 상대에게 푹 빠졌다는 것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순간을 자신의 기억속에서 지운 것이었다. 미호가 자신은 물을 무척 무서워 함에도 요셉의 한마디에..
<중 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