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3500원 책 값의 ‘환불’ 의미
주인공 소설가 강만우는 어느 날 독자 민준규로부터 책값을 환불해 달라는 협박성 전화를 받는다. 민준규는 <염소의 노래>라는 책도 경제구조 속에서 유통되는 하나의 상품이므로 불량품과도 같은 불성실한 작품에 대해서는 당연히 소비자의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끊임없이 작가의 성실성을 문제 삼으며 상품성(문학성)을 따지고 들며 환불을 요구한다. 그러나 강만우는 자기는 통속 소설이나 쓰며 교묘히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려는 작가들과 달리 좋은 작품을 쓰려고 노력하므로 비록 그 소설이 실패작이라 해도 책값을 환불해 줄 수 없다고 맞선다.
나도 어쩔 수 없는 문학도여서일까. 문학을 배우는 나에 취해(‘취하다’는 말이 적절해 보인다.) 자존심을 내세울 때가 있다. SNS에서 활동하는 시인이 쓴 시는 진짜 시가 아니라고 평가하고, 그렇게 평가한 나 자신이 싫어졌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동시에 진로를 고민하다보면 자연스레 한숨이 나왔던 적도 허다하다. SNS에서는 이러한 사람들을 ‘예술충’이라고 표현한다. 대개 가난하지만 예술이라는 고귀한 것을 하는 나 자신에 취해있는 사람들을 예술충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처음엔 비하의 의도로 탄생한 단어였겠지만 요즘엔 자조의 의미로 자주 쓰이는 듯하다.
「우리 시대의 소설가」의 주인공에게서도 이와 비슷한 면모를 발견했다. 이 작품은 ‘예술’과 ‘밥벌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두 단어 사이를 오가는 소설가의 일상을 그린다.
이 소설은 1990년대 강만우라는 소설가의 일상을 담은 소설이다. 강만우는 나름 연재소설도 내로 많은 소설 작품을 출시했던 소설가이다. 작품을 꾸준히 쓰고 있으니, 소설가로서 나름 일정궤도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대학로 근처에서 거주하는 소설가 강만우에게 한 독자에게서 전화가 와서 <염소의 노래> 라는 소설 작품이 맘에 들지 않기 때문에 환불해 달라고 요청한다. 그 독자는 작가의 글이 통속적이라며 비판하며, 강만우는 자기는 소설가로서 성실하게 작품을 집필했을 뿐이라며 말싸움을 한다. 이 후 원래는 <염소의 노래> 였던 책의 제목은 <염소의 배꼽>으로 바뀌어 출간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