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현대소설의 흐름을 보여주는 이상문학상 작품집!2009년 제33회 이상문학상 작품집『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 한 해 동안 주요 문예지에 발표된 중ㆍ단편 중에서 가장 주목받은 소설을 엄선하는 <이상문학상 작품집>. 2009년에는 김연수의『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이 대상...
책을 덮기 전
소설 <산책을 하는 다섯 가지 즐거움>을 다 읽고 책을 덮기 전 소설을 읽은 독자라면 누구나 굵은 글씨체로 적혀있는 ‘그것’이 무엇일지 고민해 볼 것이다. 만일 생각하지 않았다면 이 글을 그만 읽어도 좋다. 소설을 읽지 않은 이에게는 따분하고 귀찮은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것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자 하는 사람은 잠시 이 글을 읽기를 멈추고 생각을 마무리하기 바란다. 이 글은 소설 속의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보고자하는 글이 될 것이다. 조금은 돌아가겠지만 귀하가 생각하는 소설의 끝에 도달한 그것과 비교하는 여정이 되었으면 한다.
거울 기법(mirror technique)
이 소설은 3인칭 시점으로 교통사고를 당한 ‘그’가 불면증에 시달리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독자는 소설을 읽으면서 3인칭 시점에서 서술되어 있는 그가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그러한 착각은 당연하다. 이 소설은 사실 3인칭 시점을 표방한 1인칭 시점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시점을 알 수 있는 요소는 소설 중간 중간 괄호를 이용한 그의 독백이 서술되었다는 것과 전체적인 짜임새를 보면 알 수 있다. 먼저 소설의 전체적인 구성을 보자. 이 소설은 전체적인 구성이 마치 시나리오처럼 나누어 구성이 되어있다. 이는 주인공인 영화감독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그가 자신의 상태를 영화의 시나리오처럼 서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는 왜 이런 서술 방식을 채용한 것일까.
그것은 그가 읽은《암환자를 위한 생존전략》이라는 책에서 소개하는 ‘거울 기법(mirror technique)’과 연관이 있다. 사고의 후유증으로 앓고 있는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해 자신을 객관화하는 서술을 그에게 익숙한 방식인 시나리오처럼 객관화 시킨 것이다.
이 소설은 그 스스로를 객관화 하는 작업의 일환이다 보니 불친절한 서술이 가득하다.
사람들이 산책을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설명 할 수 있다. 첫째로 요새 유행하는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산책을 하는 경우이고, 또 한 가지 이유는 복잡한 현재의 세상을 살아가면서 생각을 정리하거나, 무엇인가를 떨쳐버리기 위함이라고 본다. 이번에 읽은 텍스트는 주인공이 후자에 크게 의의를 두고 자신을 치유하기 위해 산책을 하는 내용의 텍스트이다.
영화감독인 주인공은 코끼리만한 마음의 고통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인데, 인간에게 주어진 어떠한 고통에 대해 근원을 해결하고자하는 행위자체를 안하는 소극적인 인간과는 달리 산책을 통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고통에 대한 근원을 찾는 것에 힘을 쓰는 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