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그동안 ‘고려사의 대중화’에 힘써 온 역사학자 박종기(고려 건국 1100주년 기념준비위원장)는 전작 《새로 쓴 500년 고려사》, 《고려사의 재발견》에 이어 《고려 열전》을 선보인다. 건국 영웅과 명장들부터 귀화인, 하층민, 여성들의 이야기까지…… 《고려 열전》은 인간사로 고려시대의 역사를...
‘고려열전’이라는 책 제목을 우리 같은 역사전공이 아닌 사람들이 보았다면 첫 감상은 어땠을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굉장히 직관적인 책 제목이란 생각과 함께 과연 이 책에 흥미를 가지고 읽을 이들은 어떤 이들일지 추측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바로 역사에 어느정도 지식과 흥미를 가진 사람들이 이 책의 첫 페이지를 열 것이며, 열의 아홉은 읽지 않고 지나갈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의 주제를 살펴보자면 역사를 ‘아는 이’와 ‘모르는 이’ 둘 다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주제임은 분명하다. “역사를 어떻게 서술할 것인가” 이 문장은 책의 가장 앞 장에서부터 등장한다. 우리가 사학과에 입학하여 역사란 학문에 가장 처음 입문하였을 때 가장 많이 탐구하였고 생각했던 주제임과 동시에 많은 수많은 역사학자들이 고민해왔을 주제일 것이다. 이 질문은 역사가에게 항상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역사란 사건과 인물 그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서술된다. 나는 역사란 사고할 수 있는 인간만의 “왜?” 라는 의문과 “어떻게?”란 호기심으로 인해 출발하여 지금까지 수세기에 이어져 내려온 학문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변화와 발전의 주체인 인간의 삶과 생각을 중심으로 한 역사서술은 아이러니하게도 찾아보기 어려운 실상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정치, 경제, 사회의 각종 제도들로 인해 우리는 이에 갇혀 역사를 한 인간의 관점이 아닌, 그저 어느 틀에 잡힌 구조물적 측면으로 역사를 바라보았기 아닐까? 이 책은 바로 위와 같은 문제점을 꼬집으며 다시 인간을 역사서술의 중심에 두고 그들의 삶과 생각을 통해 시대와 역사를 서술하는 책이다. 잘 알려진 역사적 인물들을 그저 한 가지 측면에서가 아닌, 뒤집어 보기를 통해 그들의 유명한 업적뿐만 아닌 그 당시를 살아가던 한 인간의 고뇌와 내면을 중점으로 그들을 소개한다.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총 16명의 인물을 소개하며 당시 고려의 사회상을 소개한다.
무엇보다 이번 열전을 통해 고려라는 나라를 조금 더 깊게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다양한 인물들 속에 담겨 있는 삶의 모습과 생각들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수백 년의 역사를 몇 권의 책으로 담아내기 위해서는 주요한 사건과 인물들로 압축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역사서들은 큰 흐름을 파악하고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만 역사 속 주변의 다양한 사람들의 진솔한 삶의 모습까지 드러나지 않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한 의미에서 다채로운 인물들의 등장으로 역사의 중심에서부터 이름도 낯선 그 누군가의 이야기까지 담아내고 있는 열전은 고려의 역사를 더욱 친근함을 가질 수 있도록 하였고 역사를 탐색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