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흠흠신서』는 모든 사람의 생명을 소중히 여겨 억울한 백성이 없도록 바르게 판결하라는 위대한 위인 정약용의 예민정신과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정신을 담아낸 법률 연구서이다. '설마'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날마다 사실로 확인되며 온 국민을 자괴감에 빠뜨리고 있는 요즘, '정의...
정약용의 판결문들을 읽으면서 조선 시대 사람들이 법을 집행할 때 가졌던 중심 사유는 ‘흠휼 사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흠휼이란 삼가고 또 삼간다는 뜻으로, 사람의 삶과 목숨이 형벌에 달려 있기 때문에 형벌을 집행할 때는 신중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조선에는 흠휼 사상을 바탕으로 한 여러 제도들이 있었는데, 사형을 집행하기 전에 세 차례에 걸쳐 사건을 상세히 조사하고 국왕의 결재를 받는 ‘상복’ 제도를 두었고, 사형을 선고했다 하더라도 바로 집행하지 않고, 가을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집행하는 ‘대시’ 제도를 두었다. 게다가 죄질이 아주 나쁜 경우가 아니라면, 가을이 오더라도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대신 한 단계 낮은 형벌로 유배를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러한 바람직한 제도들이 점차 악용되고 남용되는 경우가 생겼고, 특히 권세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형벌에 있어 지나친 관용을 베푸는 경우가 생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