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애꾸눈 임금이 살았다. 그 임금은 죽기 전에 멋있는 초상화를 남기고 싶었다. 임금은 전국에 있는 유명한 화가를 불러서 그림을 그리게 했는데, 아부를 잘하는 화가는 눈을 성하게 그렸고 정직한 화가는 애꾸 그대로 그렸다. 임금이 보기에 눈이 성한 그림은 보기에는 좋지만 가짜라서 던져버리고, 정직한 화가가 그린 그림은 보기가 싫어 던지면서 불같이 화를 내니까 어떤 사람이 오더니 자기가 그리겠다고 했다. 그리고 임금이 그 사람이 그린 그림을 보고 ‘바로 이거야’ 라며 만족스러워 했다. 임금이 만족한 그림은 성한 눈 쪽 옆얼굴을 그린 그림이었다.
이는 유배를 명받았던 김려의 인생과 똑같다. 어느 순간에나 희망과 절망이, 불행과 행복이, 기쁨과 슬픔이 똑같이 있다. 뛰어난 어휘실력으로 명성이 자자한 김려는 문학을 공부하던 중 유배라는 나쁜 상황에 처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최대한 좋은 쪽을 바라보았다. 유배를 하며 신세를 한탄하는 대신에, 주변에 있던 어부를 통해 여러 어류에 대해 알아내고 그것의 이름, 모양, 습성, 잡는 방법을 엮어 책으로 펴내게 된다. 이렇게 탄생한 책이 바로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ㅡ 우리나라 최초의 어류학서(魚類學書)ㅡ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