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랜 시간 동안 학교 공부에 필요한 교과서 이외의 책은 읽지 않았던 것 같다. 몇 년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대학생이 된 후 첫 번째 독서라는 설레는 감정만이 일었을 뿐이었다. 내게는 네 가지 선택권이 주어졌다. 읽을 때마다 감상이 달라진다는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선택할 것인가? 첫 수업 때 참신한 발상으로 나의 이목을 끌었던 카프카의 <변신>을 선택할 것인가? 나에게 던지는 메시지의 의미가 궁금한 카뮈의 <이방인>을 선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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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드르디, 야생의 삶>에서 각각 야생과 자유 그리고 문명과 억압을 상징했던 방드르디와 로빈슨 크루소. 그들은 나에게 있어서 더 이상 반대되는 가치관을 가진 인물이 아니다. 그들은 똑같이 자신이 속한 환경에서 효율적으로 살아가는 법을 추구했다. 그것이 서로의 눈을 통해 문명, 억압, 이성 그리고 야생, 자유, 본능으로 보인 것일 뿐. 현대의 변화에 발맞춰 발전해 나가며 지혜롭게 살아가는 우리는 ‘21세기의 방드르디’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