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앤솔로지『사랑은 내 시간을 기꺼이 건네주는 것이다』. 총 132편으로 구성된 이 책은 눈과 귀로 채집한 글감을 가슴으로 들여다보며 써내려가는 이기주... 내가 네 시간을 너무 많이 뺏는 것 같구나”라고 말한다. 그때 어머니의 입술을 비집고 나온‘시간’이라는 단어가 작가의 귓속으로 스며들어 쉴 새 없이...
원래 혼자였을 때와 함께였다가 혼자였을 때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것을 원래는 공백이였다가 이제는 여백이 되었다라고 표현했던 것이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원래 쭉 혼자였던 사람들보다 왜 헤어지고 막 혼자가 되었을 때가 더 힘들고 가슴이 아픈걸까? 원래 없었던 것과 있다가 없었던 것은 비단 연인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는 집, 우리가 먹는 음식, 우리가 입는 옷, 우리가 쓰는 돈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기의 마음과 생각을 전하는 것이다. 마음과 생각의 상태는 매일 똑같을 수 없다. 그 감정을 자유자재로 글로 표현해내는 건 힘든데, 작가 이기주는 그 감정을 적절하게 전달하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는 것 같다.
'사랑은 내 시간을 기꺼이 건네주는 것이다'는 어머니를 위해서 썼다고 하는데,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그리 많이 나오진 않지만 작가가 얼마나 어머니를 생각하는지를 느낄 수 있다.
병원에 같이 가서 진료를 끝내고 나오는 길. "네 시간 많이 뺏어서 미안하다"는 그 말은 울 부모님도 매번 내게 하는 말이다. 이 에피소드 한 토막에서 누구나 부모님을 향한 마음을 비슷하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한다. 작가가 책 제목을 '사랑은 내 시간을 기꺼이 건네주는 것이다'라고 지은 이유가 여기 있는 듯하다.
가끔 연락하면 고맙다고, 더 못해줘서 미안하다는 부모님, 특히 엄마는 자식이 장성했어도 걱정 투성이다. 밥은 먹었는지 묻는 그 말 역시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단골 멘트다. 책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은 엄마를 떠오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