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전쟁이라기보다 인간이 인간을 그저 죽이는 살육전에 불과했던 1차대전을 반성하고 장차 일어날지도 모르는 전쟁을 예견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과 전쟁양상을 구체적으로 기술했다. 군의 이동에서부터 작전, 조직, 사고라는 측면에서의 기동성을 주제로 설명한 책. 전쟁에 관련된 사진을 첨부했다.
지금까지의 전사를 살펴보면 전선이 고착화되는 상황은 방어수단이 공격 수단보다 우월하여 공격수단의 기동성을 저지했을 경우이다. 19세기부터 20세기의 열강의 육군은 끊임없는 식민지 경쟁과 군사력의 경쟁으로 규모가 비대해졌다. 규모가 커지고 화력수단이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동성 측면에서는 ‘걷는다’라는 보병의 특성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 결과는 리델하트가 표현한 대로 악몽이라고 밖에 부를 수 없는 상황을 초래했다. 단 몇 정의 기관총과 접전지에 길게 늘어진 철조망, 이 두 개의 조합만으로도 수배의 병력의 발을 묶어버렸다. 1884년에서 1914년에 걸친 러일전쟁, 그 중 여순전투에서 러시아군은 기관총을 이용한 요새 방어전에서 3배에 달하는 일본군에게 괴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혔다. 비록 여순전투에서 일본군이 승리했을지라도 피해 규모를 보았을 때 기관총이 가지는 위력은 입증되고도 남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서양 열강들은 기관총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 결과가 빚어낸 것이 1914년부터 1918년, 4년여에 걸친 처절한 참호전이었다. 참호전의 비극은 참모부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무기의 공격력도 기동성이 결여되면 공격력 자체가 효력이 무산됨에도 기동성은 하나도 고려하지 않고 무기의 효과를 높이는 데만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1차 세계대전은 국가적 총력전이었기 때문에 국가의 모든 생산 자원이 포탄 제조에 투입된 이후부터는 보병의 막대한 피해를 감수하면서 기관총 세례를 일시적으로 침묵시킬 수 있는 포화를 쏟아 부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일제포화는 일시적 방편에 지나지 않았으며 포화가 만들어낸 구덩이는 오히려 아군 병사들의 진격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게다가 포화 당시에만 일시적으로 기관총 공격이 멈췄을 뿐이지 포화 이후에는 진격하는 병사들을 향해 어김없이 난사되고는 했다. 4년여간의 이 끔찍한 사태를 종결지은 것은 전차였다. 선두에서 전차가 철조망을 깔아뭉개며 제거하고 기관총 공격을 선두에서 막아주는 엄폐물이 되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