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국가가 형성되는 과정에 있어서 전란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특히 반도라는 지리적 요건을 지닌 조선은 다양한 방식의 전란에 휘말려왔다.
그때마다 역사의 권력자들은 전란이 국가 발전을 위해 필요한 단계라고 말해왔다.
이는 ‘신화 만들기’의 일부로, 전란은 단순한 군사 작전이나 상대국과의 관계 등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과정 등으로 치부되어왔던 것이다. 그렇지만 전란에는 필연적으로 피해가 뒤따른다. 침탈에 의한 문화재 소실이나 자원 고갈은 물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반민의 희생은 기존 사회 시스템의 붕괴를 가져온다. 이로 인해 피해가 어느 정도 수습된 뒤에도 전란은 사회 전반에 지속적으로 큰 영향을 끼친다.
때문에 한 나라의 역사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또 어떤 변화를 거쳤는지를 알아보려면 먼저 그 나라가 겪어왔던 전란을 되짚어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역사를 돌아보는 행위에는 어느 정도 ‘신화 만들기’의 입김이 작용한다. 이것은 어느 국가에든 해당되는 사안이며, 조선의 전란에 대한 기억과 기록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 책은 조선 시대의 주요 전란들에 대한 위기의 기억이 ‘신화 만들기’의 결과는 아니었는지, 만약 그렇다면 그 이면에 숨은 진실은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하는 취지로 기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