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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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리사 시의 『해녀들의 섬』은 여성이 생계를 이끌었던 제주의 모계 사회에서 딸로서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희생을 자처해야 했지만 여성의 강인함을 잃지 않았던 해녀들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또한 고통스러운 삶 속에서도 바다와 함께하는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지금 서점에 여행 코너에 가면 제주도에 관한 책이 무궁무진하다. SNS, 인터넷, TV에서도 제주도의 아름다움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방송인들이 제주도에 찾아가 촬영을 하고, 유명인들이 제주도에 집을 짓고, 외국인들이 제주도에 여행온다. 외국여행에서 만난 현지인들과의 대화에서 그들이 서울은 안가봤지만 제주도에는 가봤다는 얘기를 듣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재미있었다. 나에게 제주도는 그렇게 여유롭고, 아릅답고, 재미있는 곳이었다.
리사 시라는 외국 작가가 한국의 제주도에 대해 쓰고자 하는 이야기는 이렇게 밝지만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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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해녀 할망 영숙과 타지에서 온 낯선 가족과의 만남에서부터 시작된다. 80이 넘은 할머니 해녀가 등장했다. 그렇다면 그녀가 태어나고부터 80년이 넘는 세월동안의 제주도 모습을 한권의 책에서 볼 수가 있다는 말이다.
몽골 아이들이 3살때부터 말을 탄다고 한다. 제주도 여자들은 어려서부터 엄마와 할머니를 따라 바다로 나간다. 마을의 해녀 공동체 일원들은 바다에서 불어오는 거센 바람을 막아주는 불턱에 모인다. 잠수복으로 갈아입으며 남편과 아들에 대한 농을 친다. 여기서 해녀들이 나누는 남편에 대한 농담은 1920년대 대한민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장면이다. 여자가 벌어다 주는 돈으로 밥 잘 차리고, 아기나 잘 보라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그것도 제대로 못하면서 둘째 부인을 두려는 남편들이 한심하다는 이야기들을 한다. 남자가 살림을 제대로 못한다고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정말이지 쉽지 않았다. 배경은 이제 막 조선에서 대한제국을 지나고 있는 일제 강점기 시대인 것이다. 한복을 입고 쪽머리를 한 여자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라기엔 감히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보지 못한 장면이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들』에서처럼 다른 세계관 이야기를 다루는 것만 같았다. 이렇게 『해녀들의 섬』은 첫 장부터 달랐다. 매우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