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가뭄을 다룬 본격 재난소설 『드라이』.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법한 가뭄이라는 재앙을 다룬 소설로, 재난 앞에서 취약한 존재일 수밖에 없는 10대 청소년들을 주인공으로 삼아 손에 땀을 쥐는 생존기를 펼쳐 보인다. 제 몸만 사리는 주지사 및 관계자들, 대규모 시위와 폭동을 경계하며 계엄령을 내리는 정부...
봉은 김선달이라고 조선 말 평양에 살던 희귀 사기꾼이라고 자칭하는 남자가 있다. 대동강 물은 자기 것이라고 우기는 사람이 퍼올릴 때마다 내라고 했다. 내가 전에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떻게 내 돈으로 물을 살 수 있을까?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물론 지금은 돈으로 물을 산다. 나는 또한 생수와 음식을 위한 물을 따로 산다. 예전에는 정수기를 사용했지만, 확인한다는 핑계로 두 달에 한 번씩 집에 오는 사람이 싫어 생수를 사기 시작했다. 우리에게 공기와 같은 물은 어느 날 가뭄에 사라진다고? 남가주에서 가뭄이 절정에 달하고 있다.
미국의 닐 셔스터먼, 재러드 셔스터먼 부자가 쓴 소설 <드라이>를 읽었다. 영어 제목은 Dry. 가뭄이 계속되다 수도꼭지에서 물이 말라버린 상황을 다룬다. 다정했던 이웃들도 물이 말라버리자 나를 죽일 수 있는 적으로 변하고, 정부는 계엄령을 선포한다. 점차 전기와 통신이 끊기고, 시위대는 폭도로 변하고, 건조한 기후 때문에 발생한 산불들이 도로를 마비시킨다.
미드 워킹데드를 보고 사람들이 좀비로 변하면 정말로 저런 세상이 오겠구나, 싶었는데 이 소설이 그리는 상황이 딱 그런 꼴(소설에선 갈증 때문에 이성을 잃은 워터좀비가 등장한다). 절망적인 세상에서 사람들의 양심은 사라져가고, 기존의 가족 울타리는 해체되며, 어쩌다 모여든 사람들이 새로운 공동체를 이루지만 그 안에도 개인의 생존을 위해 배신하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그렇게 다들 괴물이 되는 상황에서도 양심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는 한다만 글쎄, 소설 속에선 참사가 극복되어 다행이라는 생각 밖에.
[드라이]는 읽는 내내 몰입도가 상당한 책이었다. 나도 모르게 물을 찾아 마시며 읽곤 했는데 먼저는 작가의 필력 덕분이고, 아무래도 요즘 같은 시대에 이 책은 마치 미래를 내다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빠져들었다. 지구 온난화 시대에서 결코 남 일 같지 않는 이야기를 보는 것 같다. 책에 나오는 일련의 상황들은 마치 오늘날 코로나 바이러스로 고통 받고 있는 전 세계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자연스레 현재의 상황과 비교하며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얼음 봉지 하나를 집어 켈턴에게 내미는 순간, 내 안의 뭔가가 나를 붙들어 세웠다. 나는 그대로 봉지에서 손을 뗄 수 없었다. … 나는 잡고 있던 얼음 봉지와 켈턴을 번갈아 쳐다봤다. 그제야 내가 여전히 타인의 ‘호의’를 경계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재난 상황이 벌어지면 가장 먼저 벌어지는 눈에 띄는 현상은 바로 ‘사재기’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대구에서 급속도로 확산될 때, 대구의 이마트는 모든 게 동이 났었다.
캘리포니아 지역 대규모 단수 사태가 발생한다. 이전부터 물 부족은 점점 심해지고 있었지만, 연방정부와 주 정부는 이를 감추기 급급하고, 그러던 중 인근 주 정부들은 물 공급을 중단해버린다. 순식간에 가뭄 지옥으로 돌변해버린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던 평범한 여자아이인 얼리사는 부모님이 물을 구하러 가버려 남동생 개릿과 집에 남게 된다. 얼리사의 옆집에는 캘턴이란 남자아이의 가족이 살고 있었는데, 캘턴의 가족은 이런 가뭄이라는 재난사태를 대비하며 살아가는 프레퍼(PREPPER)였다. 캘턴은 미리 이런 재난에 대비를 한 덕분에 짝사랑하던 얼리사 남매의 생존을 도울 수 있었다. 시간이 점차 지나면서 황폐해지는 마을과 물을 구하는 사람들은 점점 이성을 잃어가면서 마치 좀비처럼 되어버린다. 캘턴의 가족이 대비해 놓은 물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캘턴네 집을 습격하려 한다. 얼리사 남매와 캘턴의 가족은 그런 사람들로부터 도망하여 생존하기 위한 벙커로의 여정과 그 후의 이야기들로 이 소설의 줄거리는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