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오십줄에 들어선 그는 이제 갓 스물을 넘긴 아낙을 물레방앗간 옆으로 불러내어 갖은 말로 꾄다.
그에게로 와서... 여자는 신치규와 함께 물레방앗간 안으로 들어간다. 사흘 뒤부터 신치규는 이방원을 자기 집에서 내쫓으려고 한다.
두 사람이 물레방앗간에서 같이 나오는 것을 목격한 이방원은 사태를 짐작하고...
적반하장으로 아내는 일말의 죄책감도 보이지 않았고 가만히 있어도 션찮을 신치규가 뻔뻔하게 한술 더 떠서 큰소리를 친다. 신치규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돈과 세력 아래에 무릎 꿇고 있다고 여겼는지 안하무인으로 기세가 등등했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신치규가 아니라 그보다 더한 누구라도 이방원의 무릎을 꿇릴 수 없었다. 신치규는 더 이상 이방원의 상전이 아니었고 동등한 인간, 더 나아가 씹어 먹어도 분이 풀리지 않을 철천지원수였다. 아내와 내연남의 농간에 놀아났다고 생각하니 분통이 터져 신치규를 죽일 듯이 패기 시작했다. 주먹도 모자라 돌까지 집어 들어 내리 찍었다.
이방원은 ‘물레방아에서 들여다보면 동북간으로 큼직한 한 마을’(159쪽)에서 가장 부자이자 가장 세력이 있는 신치규의 집에서 ‘막실살이를 하여 가며 자기 아내와 두 사람이 그날그날을 지내가’(159쪽)는 인물이다.
유난히 밝은 달이 비치는 ‘어떠한 가을 밤’(159쪽) 신치규는 ‘탐욕스러운 눈으로 방원의 계집을 들여다보며’(160쪽) 자신의 아들을 낳아 주면 자신의 것이 모두 계집의 것이 될 것이라며 방원의 아내를 유혹한다. 그런 신치규의 말에 방원의 아내는 새침한 웃음을 짓고는 물레방앗간으로 들어간다.
사흘 뒤 방원을 '자기 집 사랑 마당 앞'(162쪽)으로 부른 신치규는 집에 사정이 있다며 다른 좋은 곳을 찾아갈 것을 종용하고, ‘마음을 굽히어 사정도 하여 보고 애걸도 하여 본’(163쪽) 방원은 그게 헛된 일임을 깨닫고 아내에게 돌아와 그 이야기를 전하며 마님께 사정해보라 부탁한다. 그러나 아내는 방원의 무능함을 질책
나도향은 벙어리 삼룡, 17원 50전 등의 명작을 남기고 아쉽게 젊은 나이에 요절한 문학가이다. 특히 벙어리 삼룡 등은 필독서로 추천되며 많은 학생들이 공부해야 하는 소설로 꼽히고 영화로도 제작될 만큼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나도향은 특히 사랑이나 연애를 소재로 농촌배경의 사실주의 소설을 많이 남겼다. 물레방아는 1925년 9월 조선문단(朝鮮文壇)에 발표되었다. 나도향의 후기 작품으로서 작가의 작품관이 잘 드러난 단편소설이다. 등장인물은 세 명으로 마을에서 가장 부자인 신치규와 그의 하인인 이방원, 그리고 이방원의 예쁜 아내다. 어느 날 신치규는 자신의 돈과 권력을 무기로 이방원의 아내를 꼬드겨 물레방앗간으로 부른다. 그리고 이방원을 버리고 자신에게 와서 후사만 남겨준다면 호강을 시켜주겠다고 약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