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우리가 어떻게 공기를 사고팔 수 있단 말인가? 대지의 따뜻함을 어떻게 사고판단 말인가? 부드러운 공기와 재잘거리는 시냇물을 우리가 어떻게 소유할 수 있으며, 또한 소유하지도 않은 것을 어떻게 사고팔 수 있는가? 햇살 속에 반짝이는 소나무들, 모래사장, 검은 숲에 걸린 안개, 눈길 닿는 모든 곳,...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라는 심오한 제목,그리고 〈인디언의 방식으로 세상을 사는 법〉이라는 부제목에서부터 눈치를 챌 수 있듯,이 책은 자신들의 삶의 방식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운 인디언들의 삶과 문화,그리고 그들의 슬픈 역사를 담은 인디언 추장들의 연설 모음집이다.총 41편에 달하는 각각의 연설문 끝에 실린 작가 류시화의 해설과 인디언 어록들이 반복되는 구조를 가진 이 책은 15년이란 오랜 집필 기간과 수백 권의 자료수집을 거쳐 완성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겉보기에는 무척이나 어렵고 깊은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고 오해할 수 있다.그러나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어려웠던 일은 바로 수많은 연설 가운데서 ‘어려운 단어’를 찾는 일이었다.
흥미롭게도,이 책의 거의 모든 연설들은 다분히 무난한 단어로 구성되어 있었다.어쩜 이렇게 간단하고도 명백한 단어들만의 나열로 가슴을 울리는 문장을 만들 수가 있을까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말이다.
미타쿠예 오야신.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뜻을 지닌 단어로 인디언들이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동물, 식물, 곤충과 인간 등 생명가진 모든 것들은 어머니 대지로부터 나왔으며 우리 모두는 한 형제이자 친척, 가족이라는 것이다. 대지로부터 태어난 우리는 생을 다하면 다시 대지로 돌아가 거름이 되어 또 다른 생명을 탄생시키고 그렇게 세상은 순환된다. 과거의 풀잎이나 들소나 새였던 것들이 생을 마치고 대지로 돌아가 거름이 되어 또 다른 새로운 생명체를 탄생시키면 그것이 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내가 너의 일부이고 네가 나의 일부이다. 또한 살아있는 동안에도 맑은 공기를 서로 공유하며 내가 마신 숨을 너도 마신다.
따뜻한 봄바람이 불고, 나뭇가지에는 새순이 언제든 톡 터질 것만 같은 아름다운 계절이다. 마음이 괜히 설레고 들떠 어디든 떠나 콧바람을 쐬고 오고 싶다. 그런데 왜 나가지를 못하니! 이놈의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이다. 뉴스에는 연일 바이러스에 감염된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집계되고 있다. 병에 걸리고, 목숨을 잃는 사람들 숫자를 세고 있자니 살아도 사는 것 같지가 않다.
쓰레기를 버리러 잠시 외출하는 틈에도 주섬주섬 마스크를 챙겨 입과 코를 막고, 엘리베이터 층수 버튼도 팔꿈치로 누르며 살고 있는 요즘이다. 이와 같은 생활 모습은 ‘삶’이 아니라 ‘살아남는 일’이라고 하는 게 맞겠다. 앞으로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온 세상이 전염병으로 시끌벅적한 요지경 속에 책 한 권을 읽으며 휴식과 위로를 얻을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바로 인디언들의 연설과 명언을 모아 류시화 시인이 엮어 펴낸 책,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