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간절히 숨 쉬고 싶은 우리를 살게 해주는 상처, 『아가미』. 소설가 구병모의 대표작 〈아가미〉가 돌아왔다. 수많은 마니아 독자들 사이에서 재출간 요구가 속출했던 바로 그 작품이 예쁘게 새옷을 갈아입고 세상에 새로이 선을 보인다. 〈아가미〉는 죽음의 문턱에서 아가미를 갖게 된 소년의 슬픈 운명을...
며칠 전 특이한 제목의 책을 한 권 읽게 되었다. 제목은 바로 ‘아가미’. 우리가 알고 있는 ‘아가미’라 함은 어류에게서 발견되는 것인데, 그렇다면 이 책에는 물에서 일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걸까 아니면 물고기에 대한 이야기일까. 궁금한 마음을 가득 안고 책장을 넘기게 되었다.
주인공 ‘곤’은 홀아버지 밑에서 죽음의 고비를 숱하게 넘기며 성장한다. 아버지는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벼랑 끝까지 몰리는 곤궁한 삶 속에서도 어린 아들의 손을 놓지 않는다.
‘간절히 숨 쉬고 싶은 우리를 살게 해주는 상처, 아가미’라는 책 소개 문구를 보았을 때, 나는 이 책이 상처받은 청소년의 아름다운 성장소설 혹은 판타지 소설이라고 짐작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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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곤이 아가미를 얻어 살아난 것은 행운이었을까?’라는 질문을 나 스스로에게 해보았다. 나는 솔직히 행운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대신 그의 삶에 강하라는, 강하의 외할아버지라는, 해류라는 작은 아가미들이 있어 다행이었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에서도, 바닥 없는 물에 빠진 많은 사람들이 반짝반짝한 비늘과 막혔던 숨을 몰아 내쉴 수 있는 아가미가 돋아나길 바란다.
친한 친구의 추천으로 구병모 작가의 ‘아가미’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혜성처럼 나타나 단번에 창비청소년문학상을 거머쥔 구병모의 장편소설인 이 책은 일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전개되며 팀장직을 맡은 주인공이 현실의 벽에 부딪히면서 불행을 견디지 못하고 어린 아들과 호수에 빠져 생을 마감한다. 그러나 생존본능이 유달리 강했던 아들은 아가미를 가진 채 기적적으로 살아남는다.
호수에 빠진 아이를 구한 것은 호숫가에 살던 강하와 그의 할아버지였다. 아이를 건져내고 보니 아이에게는 보통 사람과 다른 '아가미'가 달려있었다. 아가미를 지니고 다시 태어난 아이는 '곤'이라는 이름을 부여받고 할아버지와 강하에게 거두어져 살아간다.
위저드 베이커리로 창비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하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작가로 떠오른 구병모의 아가미는 잔혹동화라는 타이틀로 소개됐지만, 흔히 훌륭한 소설들이 그렇듯 청소년들에겐 성장소설, 어른들에겐 잊고 있었던 순수함을 깨워주는 동화로 읽히며 상처를 가진 사람에겐 치유를, 그저 취미로 소설을 읽는 사람들에겐 재미를 안겨주는 완벽에 가까울 정도의 경지에 이른 이야기다. 단순히 제목과 신비로운 겉표지를 보고 호기심에 휩싸여 읽게 된 이 작품은 생생한 몰입으로 가독성을 자랑하기에 그리 긴 시간이 소요되지도 않고, 읽고 난 뒤에 즐거움과 감동은 다른 어떤 소설보다 오래간다. 이미 위저드 베이커리를 통해서 작가의 상상력과 밀도 높은 이야기, 탁월한 문장력은 인정받은 바 있지만, 이토록 심오한 이야기를 흡입력 있게 그려낼 줄은 예상치 못했다. 아가미를 가지고 태어난 소년이란 환상과 가난한 호수 마을의 영세한 할아버지, 소년의 사실적인 만남 사이에서 작가는 어느 한쪽으로도 기울지 않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써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