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시 언어로 지은 유예의 공간!사회학자이자 시인인 심보선의 세 번째 시집 『오늘은 잘 모르겠어』. 《슬픔이 없는 십오 초》와 《눈앞에 없는 사람》으로 대중과 문단의 주목을 한 번에 모아온 저자가 6년 만에 묶어낸 시집이다. 평론가의 해설을 덧붙이는 대신 저자가 선별한 에세이 《당나귀문학론》을...
관념의 세계는 ‘방향’이라는 물리적 방위를 나타내는 용어를 사용하기가 어렵다. 이는 상반되는 성격은 존재하더라도 감정의 정확한 지점을 찾아내는 것이 불가능할뿐더러, 감정의 발현 자체가 몇 가지의 기준만으로 이루어지는 현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삶’이란 이러한 관념이 (개인이란 주체가 죽기 직전까지) 중첩된 산물이다. 그리고 심보선의 [오늘은 잘 모르겠어]는 시인이 겪게 되는 어떠한 감정의 지향을 뛰어넘어서, 모든 관념이 중첩된 ‘삶’ 자체에 대해 말한다.
그의 시는 어떤 특정하거나 고정된 방향성도, 지향성도 들어가있지 않다. 방향은 ‘方’을, 지향은 ‘志’을 취한다. 따라서 필자는 지향이 좀 더 특정한 관념과 개개인의 감정에 대한 방위성을 뜻한다고 본다. 되려 그의 시는 양가성을 띈다. 이는 개인의 삶이 가질 수 있는 모든 지향성을 말한다는 것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