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폴라니는 현대 경제학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이 시장에 대한 맹신이라고 지적하면서 자연의 생태계가 다양한 원리 속에서 탄력적으로 운영되듯이 인간의 경제 역시 다양한 원리의 결합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삶의 토대인 경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풀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있게...
선택 동기
미국은 'FTA'를 내세워 전 세계 국가들에게 미국식 경제를 강요하고 있다. 칼 폴라니(Karl Polanyi)가 발표한 「전 세계적 자본주의인가 지역적 계획경제인가」라는 논문은 오늘날 미국의 시도가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 낡은 주문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칼 폴라니는 경제학 안에서는 그다지 언급되지 않는 인물이다. 이유인즉 칼 폴라니의 경제이론은 애덤 스미스로부터 출발해 알프레드 마샬에게서 체계적인 틀을 갖춘 학문이 된 자본주의 경제학은 물론 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에 의해 체계화된 사회주의 경제학과도 모두 차별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이나 상품을 비롯한 경제학에서 언급되는 경제학적 개념의 기원과 인간의 살림살이로서 경제활동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그래서 경제 자체에 대해 본질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간과하고 넘어가기 힘든 인물이다.
우리 학계가 칼 폴라니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라니는 획일화로 대표될 수 있는 세계화, 지구화라는 거대한 풍차에 평생 동안 집요하게 창을 겨누고 달려들었다. 이러한 도전은 인간이 지닌 고통의 원인이 어디에서 나오는가 하는 고민에서 시작했다. 이는 어찌 보면 결코 경제학자답지 않은 오히려 철학자의 고민 같지만, 시장 또는 경제 활동을 하는 주체가 인간이며, 시장이 불안정하게 되면 고통 받는 것이 인간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당연한 것이다. 이는 우리의 구제금융 시기를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된다. 폴라니는 이러한 인간 내면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인간 고통의 근원을 정치적, 경제적 제도에서 찾으려 했다. 이를 근거로 그는 획일적인 시장 경제의 신화를 거부한다. 그리고 어떠한 사회 경제적 질서가 좀더 많은 자유와 인간적 존엄, 그리고 안정을 보장하는 대안적 체제가 될 수 있는가를 연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