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민감한 감수성과 시정 넘치는 서정적 문체로 유명한 알퐁스 도데의 자전적 성장소설. 주인공 다니엘 에세트가 부유한 유년 시절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춘기를 거쳐, 혹독한 사랑의 시련을 겪으며 성인으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을 진솔하고 밀도 있게 묘사한 작품이다.
다니엘은 사를랑드 중학교에서...
1장. 흩어진 가족
18XX년 5월 13일, 나는 랑그도크의 한 도시에서 태어났다. 머플러 장사를 하던 아버지는 큰 공장을 운영했는데 내가 태어난 날, 거래를 하던 사람이 4만 프랑을 떼어먹고 도망갔다는 소식을 듣는다. 같은 해에 화재가 두 번이나 나 집을 태우고, 여공들은 파업을 한다. 바티스트 외삼촌과 사이가 벌어지고, 안료를 파는 장사꾼들과 재판을 벌인다. 결정적으로 18XX년의 혁명이 공장 문을 닫게 만들었는데, 내 나이 예닐곱 살 무렵에 일어난 일들이다. 그때부터 아버지는 걸핏하면 화를 냈고, 주위 사람들과 자주 다투었다. 그런 아버지 때문에 어머니와 자크 형, 신부인 큰형과 나까지 눈물짓는 일이 많아진다. 특히나 자크 형은 이유가 없는데도 울고, 아버지는 그런 자크 형에게 항상 화를 낸다. 집이 망했지만 나는 공장 관리인의 아들 루제와 함께 즐겁게 지낸다. 그때 나는 <로빈슨 크루소>를 읽었다. 루제는 프라이데이가 되거나 야만인이 되고, 나는 빈 공장을 무인도라 생각하며 뛰어논다. 나는 루제에게서 욕을 배우게 된다. 하루는 가족 모두 있는 자리에서 나도 모르게 상소리를 내뱉었다가 혼쭐이 난다. 그날부터 나는 루제와 놀지 않았다. 나는 바티스트 외삼촌이 기르던 앵무새를 받아 로빈슨 크루소 놀이를 이어간다.
어느 날 아버지는 공장이 팔렸고, 가족이 리옹으로 이사해야 한다고 전한다. 18XX년 9월 30일, 나와 어머니, 자크 형은 리옹으로 떠난다. 사흘만에 도착하고 나는 앵무새를 배에 놓고 내린다. 다음날 찾으러 가나 찾지 못한다. 우리 가족은 랑테른 거리에 있는 4층 집으로 가는데, 마당과 층계는 오물로 끈적거리고, 비좁다. 부엌은 바퀴벌레로 득실거린다. 한 달 정도 지나 아누 아주머니는 건강이 나빠져 남부 지방으로 떠난다. 우리는 새로운 가정부를 둘 수 없었고, 자크 형이 장 보는 일을 도맡는다. 어느 날 저녁 ‘항아리 사건’이 터졌다. 자크 형이 물을 길어 오겠다며 항아리를 집어들자, 아버지는 형이 항아리를 깰 것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