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에의 첫 발걸음은 갖가지 정체성들과 씨름하는 과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심지어는 청소년기 이래로 새삼스러운 질문 ‘나는 누구인가?’ 까지 고심해 보았을 정도이니 말이다. 그러나 그 정체성과의 씨름은 야곱의 씨름과도 같이 의미를 찾는 씨름이었기에 동터올 때까지 계속되어야만 하는 것이었나 보다. 이번 계절 학기를 통해 탐구한 또 하나의 귀한 정체성이 있었으니 바로 ‘역사적 예수’, 곧 한 사람 예수에 관한 것이었다.
이 수업은 예상대로 쉽지 않았다. 수업이 한참이나 진행되었음에도 여전히 원점으로 돌아가는 우리 내부의 질문이 있었는데 ‘예수가 단지 인간이었다면 우리의 믿음은 무엇이었단 말인가?’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질문 뒤에 숨은 두려움은 신앙에 근거한 것이라기보다는 우리의 맹목적인 믿음만큼이나 맹목적인 두려움으로 보였다. 고대 이래로 진리를 찾는 것은 묻고 답하는 과정이었으니 좀 더 다른 질문을 던져 본다. ‘예수가 오히려 영적이기만 했다면 그가 이 세상에 오신 의미를 어떻게 물어야 하는가?’ 수업의 처음부터 우리 안을 지배하는 이러한 질문들에 잘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우리 중에 아무도 없었고 우리는 더욱 초조해 지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