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번에 출간되는 『문학이란 무엇인가』는 국내 불문학계의 태두 정명환 교수가 십수 년 간 번역과 해석의 작업에 매달린 결과물이다. 정명환 교수는 이전에 출간된 책들에서 대부분 빠져 있는 원전의 4부 「1947년 작가들의 상황」까지 포함시켜 원전을 완역했을 뿐만 아니라 500개에 이르는 상세한 각주를...
"문학이란 무엇인가"는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작가인 장-폴 사르트르의 대표작 중 하나로, 그의 문학에 대한 철학적 접근을 통해 문학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문학이 사회와 개인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탐구한 작품입니다.
사르트르는 이 작품에서 문학을 '자유'의 표현수단으로서 정의하며, 문학을 통해 작가 자신의 존재와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표현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문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질문을 받는 것은 인생이란 무엇인가 하고 묻는 것 처럼 넑고 광대해서 대답할 말이 없어진다. 살아오면서 책을 좋아했다는 이유로 문학을 묻는 사람에게 헛! 하고 웃어야 했는데 모처럼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찾고 읽어보게 되었다.
바다 깊은 곳에서 실컷 구경을 하고 올라와 보면 손에 쥔 것은 아마 힘들게 딴 전복 하나 일 것이다.
전복은 맛이 좋다고 하니 맛보고 싶어서 딴 것이다.
사르트르의 문학의 바다에도 주워든 전복이 많았다.
그런데 다 담을 수 없어 도로 바다에 흩뿌려 놓았다. 내 손에 쥘 수 있는 것은 한정되어 있어서 아쉽지만 그게 내 모습이라 여긴다.
1 쓴다는 것은 무엇인가
모든 예술은 형식뿐만 아니라 소재도 서로 달라서 동류적이지 않고 모든 예술에 적용될 수 있는 문학 이론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며 사르트르는 자신만의 ‘쓰기’ 개념을 정립해나간다. 화가는 사물을 재현하려 하지 않고 새로운 사물을 창조한다고 말한다. 곧, 재현이 의미를 갖지 않는 것이다. 음악 또한 마찬가지이다. 음악가의 정념은 음조로 인해 변질되고 흐려진다. 그러나 사르트르에게 작가의 역할은 다른 예술가와 다르다. 작가는 독자를 인도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화가나 음악가는 사물의 의미화가 불가능한 반면, 작가는 의미를 자신의 글에 투영하여 독자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여기서 사르트르는 작가의 글을 운문이 아닌 산문에 한정시킨다. 사르트르에게 운문 곧 시는 회화, 음악과 같은 종류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시인은 언어를 이용과 세계의 명명을 거부하는 자들이다. 언어를 도구화하지 않는 것이다.
이와 달리 사르트르는 산문을 ‘실용적인 것’으로 규정한다. 산문가는 말을 사용하는 사람으로 의미를 글로써 담아내는 자이다. 지시, 설명, 명령, 질문, 탄원, 모욕, 설득, 암시가 글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다. 산문가가 사용하는 말은 직접적인 대상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대상의 지시자의 역할을 한다. 사물이나 관념을 지시하는 도구로서 언어를 바라보는 것이다. 또한, 언어는 행동과 같이 이해해야 하는 개념이다. 왜냐하면 사르트르는 언어를 인간 감각의 연장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감각은 행동을 통해 지각되는 것처럼 언어 또한 행동의 특수한 계기가 되는 것이다.
<중 략>
3 누구를 위하여 쓰는가
우리는 서로의 세계에 대해 결여되어 있는데 읽기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읽기는 현실을 드러내보이고 무지를 깨우치기 위한 행위라고 정의할 수 있다. 역사적 존재인 작가와 독자 사이에는 책을 매개로하여 역사적 접촉―곧 쓰기와 읽기―이 성립된다.
어차피 그럴 의도였다면 아무것도 쓰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쓰는데에는 모든 것의 목적이 인생으로 귀결되려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아직 남아 있는 시간들에 대해서 귀중하다고 느껴지지 않을때 쓰이는 것들의 연속이 인생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읽는 이유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쓰지 않은 시간들에 대해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막막할때 글을 쓰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상념에 젖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