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제34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 2013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데뷔하여 남다른 사유의 깊이와 언어적 발랄함으로 주목을 받아 온 황유원 시인의 첫 시집이다. 황유원의 시편은 아주 작은 데서 시작해서 가장 큰 것으로 나아가며 몹시 거대한 것을 놓아두고 매우 미세한 것을 발설한다.
자칫 혼란한 요설로...
그리고 그가 이런 예시들을 사용했던 것처럼. 자신의 시론을 시로 전개하기 위해서 그는 반복성을 가지는 소재들을 끌어왔던 것이 어쩌면 필연이었을지도 모른다. 여기까지 왔다면 처음에 살펴보았던 서시를 다시 넘어가지 말고 되새길 필요가 있다. 루마니아 풍습에서 중심이 되는 풍습이란 현상적으로 우리가 관찰할 수는 없는 형태이지만 오랜 시간 누적되어 대로 반복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 본 시에서 이불이란 사물이 최대화에 이르렀던 길을 그 풍습으로 가지고 있었다면, 다음으로 그가 향했던 곳은 현상으로서 자신이 체험할 수 있는 영역의 것들이었다. 사물들의 반복되는 양상들을 오직 반복 그대로만 전개시키는데 그 안에서 단지 반복뿐이 아닌 그저 관찰의 자리를 지키며 각기 다른 감각들을 선사한다. 단지 현상만으로는 반복 자체만 그려나가고 있다는 점이 그의 시에 있어선 굉장히 중요한데, 이것이 그가 그리는 최대화라는 과정이 강조되기 위해선 필수적인 요소로 시 안에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유원의 시를 읽다 보면 자꾸 길을 잃게 된다. 하나의 착상으로부터 시작한 시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정체불명의 상상들로 이어진다. 그러한 무명의 이미지들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나만의 상념의 길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 느낌은 낯선 것이다. 내가 애써 무언가를 의식하려 할 때는 끝내 열리지 않았던 생각의 뒤편으로 가는 문이 열리기 때문이다. 보통 매우 난해한 역사서나 철학서를 읽을 때면 그 텍스트와 멀어져 생각이 산으로 가버릴 때가 많은데 마치 그것과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다르다. 난해한 텍스트가 야기하는 헤맴은 생각의 과잉으로 생기는 의식의 차단에 의한 것이라면, 황유원의 시가 야기하는 헤맴은 상상의 과잉으로 생기는 무의식의 자립이다. 나는 이러한 시가 싫지 않다. 하지만 아주 좋은 것도 아니다. 분명한 건 편하다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많이 읽게 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시인들이 치명적이거나 가슴을 찌르는 언어로 시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