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소설이란 사료를 통해 살펴보는 현대도시 서울의 형성사!1960~70년대 서울의 표상을 그려낸 작가 16인의 소설 110여 편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현장을 살펴보는 『서울 탄생기』. 문학연구자가 쓴 역사서인 이 책은 문학과 역사가 만난 지점에서 소설과 역사를 비교하고 조율하면서 우리가 잠시 잊고 있었던...
976만 6,886, 2019년 기준 서울의 인구이다. 605. 21㎢, 서울의 면적이다. 둘을 수학적으로 나눠본다면 서울 시민 1사람의 땅은 0.000062㎢, 고작 18평에 불과하다. 물론 아파트와 같은 것들이 없는 황량한 땅의 분배라는 가정이 있어야 하겠지만 이와 같은 단순한 수식이 가지는 의미는 서울에는 공간에 비해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는 서울에는 타 지역에 비해 문제도 많다. 아침이면 몰려오는 교통체증, 과도한 인구밀도로 인한 주택 부족, 환경 문제, 범죄 등 수많은 문제들이 서울에 도사리고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본인들을 ‘서울 사람’이라 일컬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으며 복잡하고 문제도 많은 서울에서의 삶을 계속해서 영위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사람들은 서울에서 살고자하는 욕구를 가지게 되었으며, 왜 문제도 많고 탈도 많은 서울에서의 삶을 굳이 지속하고자 하는가에 대해 의문이 들 수 있다. 필자는 송은영 작가의 『서울 탄생기』를 통해 이 물음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으며,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이라는 공간과 그에 대한 과거 사람들의 생각 그리고 그 변화의 역사를 더욱 심층적으로 알아갈 수 있었다.
『서울 탄생기』는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아직 국가권력이 침투하기 전 시기인 1961년부터 1966년까지의 서울의 모습을 보여준다. 당시 서울은 농촌에 비해 그다지 경제적 안정도 보장되어 있지 않은 단지 대한민국의 수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서울은 엄청난 인구증가를 보여 주었고 서울을 향한 사람들의 열망은 점차 커져만 갔다. 2부는 국가권력의 침투로 도시개발이 급속화되는 1966년부터 1972년까지의 서울의 모습을 보여준다.
1. 요약
1부는 1961년-1966년 본격적인 서울 개발 이전의 시기를 다룬다. 이 시기에는 서울에 대한 공간 감각이 행정적 경계가 아닌 일제 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물질적 토대와 역사적 기억에 의존한 상상적 경계가 주를 이루던 시기이다. 국가 권력의 힘과 자본의 이해관계에 의한 강제적 재배치를 경험하지 않았던 시기로 서울이 현대도시가 되기 이전부터 진행되던 과잉도시화 양상과 급격한 인구증가, 서울에 대한 추상적인 갈증과 이 갈증을 재생산하는 문학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2부는 1966년-1972년 도시개발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던 서울을 다룬다. 제1차 경제개발계획이 사실상 실패한 뒤 미국의 지도를 받아 만들어진 보안계획은 초기 계획보다 더욱 시장 순응적으로 만들어졌다. 66년 월남특수로 외화가 들어오면서 고도 경제성장 시기가 시작되고 2차 경제개발계획이 시행되는 동안에는 사상 최고의 고도 성장이 계속되었다. 이런 경제호황을 바탕으로 서울 도시 공간의 변화가 시작된다. 이런 변화 속에서 생기는 도시분화와 계급의식의 생성을 다룬다.
3부는 1972년-1978년 강남개발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던 시기를 다룬다. 이 시기는 3차 경제 개발계획이 시작되고 유신헌법의 제정 및 공포로 인해 정치적으로는 암흑기였지만 강북에 한정되어 있던 도시개발이 강남으로 옮겨간 시기였다. 이후 새로운 위계질서가 강남과 강북, 중산층과 서민, 위성도시들 사이에서도 형성되면서 서울 중심주의와 공간의 위계화가 더욱 강력하게 진행되었던 시기이다. 이 시기에는 도시 중산층이 등장하고 강남 개발의 열풍이 불어왔다. 근대화와 발전 이데올로기에 따른 계급 투쟁의 장으로의 변화와 적대적 계급의식의 형성을 다룬다.
2. 2부
서울 개발의 단계를 크게 세 개로 나눈 이 책에서 내가 가장 관심을 갖은 부분은 66년-72년의 서울을 다루고 있는 2부이다. 도시빈민과 판자촌, 이를 정리하려는 정치세력과 반발하는 도시빈민들은 도시개발을 다루는 문학작품에서 가장 자주 보이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