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우리 시대와 삶에 대한 중요하고도 흥미로운 인식을 보여주는 윤대녕의 네번째 소설집. 이 책에는 군대라는 사회 조직에 의해서, 위암이라는 병에 의해서, 가족의 상실에 의해서 출구와 봉쇄된 삶을 사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윤대녕은 독특한 상상력으로 이러한 인간관계의 불완전성과 소외, 그리고 그 속에서의...
제목을 보고 글의 내용을 먼저 상상해 보곤 한다. ‘흑백 텔레비전 꺼짐’을 봤을 땐 흑백의 무언가가 사라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무언가가 이 글에선 하원의 ‘자아’였고 그 것은 새 까만 흑백이었다. 흑백 텔레비전을 꺼지게 한 것이 근친상간이 원인이 되었다는 사실이 마음을 무겁게만 한다. 오랜만에 주제가 이쪽(?)으로 왔는데 반갑지가 않다.
글의 시작에선 하원의 아픔에 대해선 언급이 되지 않는다. 단지 분위기가 주는 느낌으로 지금까지의 인생을 추측할 정도이다. 첫 만남에서 당돌한 모습도 보이고 시계를 사주는 것에선 이 글에 대해서 살짝 흐뭇하게 읽었었다. 하지만 일도와 4일을 같이 보내고 하원의 내면과 생각에 대해 읽었을 때는 당돌했던 행동들이 25년간의 인생을 어떻게라도 누군가에게 위로 받기 위한 몸부림으로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