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게 된 동기는 김유정의 소설 봄봄을 정말 재미있게 읽게 되었다. 소설가가 맛깔라게 글을 쓴다는 사실을 김유정의 소설을 읽고 깨닫게 되었다. 봄봄, 동백꽃, 만무방 등은 학창시절 시험에도 많이 나와서 단편적인 지문으로 읽게 되었는데 다시 한번 김유정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찾은 소설이 소낙비이다. 김유정이라면 풍자를 써서 농촌사회를 정말 잘 나타낼 것이라 기대가 되었다.
춘호는 자기집을 봄에 5원을 주고 사서 오막살이집 방문턱에 걸터앉아서 바른 주먹으로 턱을 고이고는 봉당에서 저녁으로 때울 감자를 씻고 있는 아내를 묵묵히 노려보고 있었다.
봄봄, 금 따는 콩밭 등의 대표작을 가진 김유정의 단편소설 소낙비는 그의 대부분의 작품이 그렇듯 농촌에 사는 소시민의 이야기를 담는다. 주인공인 춘호와 아내는 빚에 쫓겨 야반도주하고 낯선 산골 마을에 정착했다. 외부인이기에 땅을 빌려 농사를 짓기도 어려워 생활은 곤궁하고 빚은 늘어만 간다.
춘호는 그 2원을 고이 받고자 손색없도록, 실패 없도록 아내를 모양 내 보냈다. <소낙비>는 이렇게 끝이 난다. 나는 이 마지막 부분까지 읽은 후 작가 이름을 다시 확인했다. 내가 아는 김유정 작가가 맞나? 나에게 김유정 작가의 작품은 <동백꽃>의 향기가 매우 강렬했다. 그래서 닭에게 고추장을 먹인다거나 알싸한 기분이 든다는 그런 순박함과 티 없는 맑음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소낙비>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에 많이 당황스러웠다.
작품이 쓰인 정확한 순서는 모르지만, 왠지 <소낙비>는 <동백꽃>에서의 그 순수함, <봄봄>에서 하층민의 안타까움, <금 따는 콩밭>에서의 금광을 통한 맹목적인 이익 추구 및 인생 역전의 꿈 이렇게 세 가지 요소가 한 데 모인 작품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중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아무래도 춘호 처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니 저절로 느껴진 ‘하층민의 안타까움’이었다.
등장인물
ㆍ춘호 : 가난에 시달리고 있는 와중에 극복하려는 의지가 없는 인물이다. 서울로 가기위한 2원을 구하기 위해 아내를 매춘행위를 하게한다. 또 아내가 받아올 2원으로 노름을 하여 일확천금을 노리려는 인물이다.
ㆍ춘호 처 : 나물을 캐고 삯일을 해서 생계를 이어가는 성실한 여성이다. 그러나 가난이 지속됨에 따라 매춘행위를 해서 호의호식을 하는 쇠돌엄마를 부러워하고, 남편의 매를 피해 서울로 가기위한 돈을 마련하려 이 주사에게 몸을 판다.
ㆍ이 주사 : 탐욕적인 인물이며 특히 호색한이다. 재력을 바탕으로 여자들한테, 자신에게 매춘을 할 것을 제의한다.
ㆍ쇠돌 엄마 : 이 주사의 첩 노릇을 하며, 호의호식하며 살아가는 인물. 춘호 처의 부러움을 유발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