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팝음악 속에서 시대를 읽다!『팝, 경제를 노래하다』는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가 1930년대 경제공황기부터 2000년대 세계금융위기까지의 경제사를... 당시 한 해외 시사주간지에서 이 곡을 ‘아메리칸 드림의 상실이라는 주제의식과 캘리포니아로 대표되는 미국의 뒤안길을 쓰라리게 해부한 노래’라고...
거짓말같이 세상을 떠난 장국영이 부른 당연정과 분향미래일자, 진추하의 '원 썸머 나이트' 같은 홍콩 노래는 없다. 1980년대에 중고등학교를 관통한 세대에게는 홍콩이 컬트였다. 책은 그 부분을 철저하게 무시했다. 당시 홍콩은 데카당했다. 왕가위 감독은 영국을 떠나 중국에 편입되어야 홍콩시민들의 불안을 '핸드 헬드' 카메라로 떨면서 독백했다. 한국에 와서 밀키스를 외치든 멋쟁이 '주윤발'은 거버넌스가 흔들리는 사회를 향해 쌍권총을 발사하였다. 당시 한국은 그야말로 격동이었다. 호헌철폐를 외쳤던 대학생들은 뭔가를 크게 해낸 느낌을 받았고 커피를 팔던 아줌마는 629 선언 때 시원하게 그 하루 커피값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정치권은 소탐대실한 탓에 사회적 거버넌스(governance) 기제(mechanism)가 흔들린 것 홍콩이나 우리나 다를 바가 없었다. 그야말로 격동이었다. 당시 '조지 마이클'은 '왬'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사했고 '할렘 디자이어'와 '조이'의 '터치 바이 터치'가 방방곡곡 울렸다. 그보다 조금은 앞을 볼 수 없다던 사랑한다는 말을 하려고 전화를 했다는 흑인 가수의 목소리가 백화점 옆 롤라장을 흔들었다.
우리는 돈을 몰랐다. 그냥 단순히 선망만 있었다. ‘이문세’는 테이프 가격을 사 천원으로 올려서 아이들에게 원성을 샀지만 당시 이문세는 너무 훌륭한 가수라 꼬깃꼬깃 주머니에 숨겨둔 비상금으로 테이프를 살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역시나 세상을 버린 '패트릭 스웨이지'가 나온 '더티 댄싱'이 히트를 쳤다. 비틀즈가 나오기 전 범생 미국 소녀가 아랫도리를 흔드는 날날이 청년에게 반하는 이야기다. 몸을 즐겁게 만들고 싶다는 욕정의 영화라 당국의 칼끝은 그 아름다운 영화를 ‘미성년자 관람불가’로 만들었다. 하지만 온 동네 고등학생들은 더티 댄싱을 필수적으로 관람해야 했고 패트릭이 부른 ‘그녀는 바람과 같이 가버렸다(She's like the wind through my tree)’는 노래를 들으면서 사소한 실연에 지친 마음을 달래곤 했다. 다리 밑에서 새우깡을 안주로 소주병을 마시던 그 기억이 이제는 추억이 되었다.